인권위 ‘군 동성애 색출지시' 육군참모총장 의혹 대부분 기각...부실조사 논란

2018.05.14 16:30 입력 2018.05.14 17:11 수정

지난해 6월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육군력 포럼 축사를 하자 서강대학교 성소수자협의회원이라고 밝힌 학생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6월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육군력 포럼 축사를 하자 서강대학교 성소수자협의회원이라고 밝힌 학생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린 의혹을 받는 장준규 전 육군 참모총장에 대한 진정을 접수하고도 제대로 된 조사없이 사실상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5월 장 전 참모총장과 육군 중앙수사단(중수단) 소속 군인 4명을 대상으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장 전 총장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군형법 제92조6항 추행죄로 처벌하라고 지시했으며, 중수단이 전 부대를 대상으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각종 불법과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군인권센터는 중수단이 동성애자 데이트 앱 등에 잠입해 동성애자 군인을 식별한 뒤 수사대상을 선정하고, 비협조적인 수사 대상자에게는 ‘아웃팅(동성애자라는 사실이 강제로 알려지는 것) 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또 수사 대상자에게 콘돔 사용 여부, 체위, 성관계시 성향, 첫경험 시기 등 성희롱성 질문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최근 차별시정위원회 의결을 통해 조사 과정의 성희롱성 발언만 문제로 인정하고, 수사 과정의 불법성과 장 전 총장의 수사 지시에 관해서는 진정을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부대 내에서의 동성애를 처벌하라고 지시했을 뿐 따로 수사 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장 전 총장의 입장을 서면으로만 확인한 후 사실상 조사를 마무리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수사 과정의 불법성은 객관적 사실 입증이 안돼서 기각했으며, 장 전 총장이 기존과 똑같은 입장이라고 하기에 조사 편의성을 위해 서면으로 조사했다”고 해명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중수단이 조사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군사법원 공판자료, ‘함정수사’가 이뤄진 데이트 앱 화면 캡처 등 수사 과정의 불법성을 입증하는 자료들을 올해 초 인권위에 제출했다”고 했다. 이어 “수사 지휘를 내린 의혹을 받는 장 전 총장 대면조사 등 가장 핵심적인 사실관계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인권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전원위원회에서 재의결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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