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남자들의 불만… “집토끼 아직 있을 때 민심 잡아야”

2018.12.01 17:01 입력 2018.12.01 17:08 수정
백철 기자

7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시 구로구의 한 행복주택 아파트 놀이터에서 열린 신혼부부·청년 주거대책 발표 행사 뒤 열린 다과회에서 입주자들과 맥주를 마시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7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시 구로구의 한 행복주택 아파트 놀이터에서 열린 신혼부부·청년 주거대책 발표 행사 뒤 열린 다과회에서 입주자들과 맥주를 마시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박영훈 더불어민주당 대학생위원회 부위원장(25)은 대학을 다니면서 정당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대학생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20대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 철회 현상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박 부위원장은 “주변의 대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반도 평화 부분에서는 확실히 변화가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런데 다른 부분에선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대학생들은 다들 취직이 걱정이다, 일자리 시장이 좋지 않다는 뉴스를 계속 접하다 보니 그에 대한 피로감도 많이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지지율 한 달 새 14% 하락

전문직에 종사 중인 최진남씨(34)는 자신을 “문재인 대통령을 엄청 좋아했다가 지금은 ‘굳이 따지면 좋아한다’고 답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현정부의 어정쩡한 정책이 젊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문재인 정부가 경제문제에 대해 적폐청산이나 북한문제에서처럼 단호한 입장을 내지 못하는 게 불만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최저임금도 시급 1만원을 이야기하다가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하고, 주 52시간 노동을 정착시키겠다고 하다가 다시 기업 측의 입장을 반영한다. 부동산 투기도 확실히 규제하겠다고는 했지만 오히려 돈 있는 사람만 더 돈을 벌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은 오락가락 간을 보는 태도를 제일 싫어하는데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가 그런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의 11월 통합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19~29세)의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 비율은 59%, 30대의 긍정 비율은 64%로 각각 10월(20대 68%, 30대 73%)보다 9%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20대 남성의 대통령 지지율은 49%로 한 달 사이 14%포인트가 빠졌다. 취임 첫 달인 작년 6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은 90%(남 87%, 여 94%), 30대 지지율은 92%(남 91%, 여 94%)였다. 특히 20대의 경우 성별 간 격차도 심했다. 20대 여성의 11월 대통령 지지율은 70%로 20대 남성과의 격차는 21%포인트였다. 지역으로 따지면 호남(79%)과 강원(54%)의 지지율 격차와 비슷하게 벌어진 것이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20~30대의 지지율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리서치뷰가 취임 초기 4개월과 최근 4개월(7~10월)의 지지율을 자체 분석해본 결과, 20~30대의 지지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낙폭이 가장 컸다. 20대는 86%에서 56%로, 30대는 87%에서 64%로 떨어졌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 78%에서 43%로 35%포인트가 떨어져 모든 계층에서 가장 많은 지지율 하락을 기록했다.

장덕현 한국갤럽 기획조사실 부장은 20대 남성층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확고한 지지층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대선 직전인 작년 5월 7~8일 사이 진행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문재인 후보에 대한 20대의 지지는 39%로, 30대의 54%, 40대의 51%보다 낮았다. 특히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29%에 그쳤다.

장 부장은 “대선 전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층은 20~30대 중에서도 여성들이다. 20대 남성층은 충성도가 낮은 지지층이었다”고 말했다. 일단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문재인 지지세가 대폭 올라갔다는 점에서는 함께 ‘이·영·자(20대·영남·자영업자)’로 묶인 영남권이나 자영업자 층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장 부장은 “비판적인 지지를 많이 보냈던 집단의 지지율이 먼저 빠지는 것이 당연하다.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2030 남자들의 불만… “집토끼 아직 있을 때 민심 잡아야”

■“대선 전부터 20대 남성은 충성도 낮아”

2030세대 중에서도 유독 20대 남성의 실망감이 더 큰 원인은 뭘까. 박영훈 부위원장은 20대 남성의 경제적 절망감이 과거보다 훨씬 깊다고 봤다. 군필자 남성의 사회 진출 연령이 계속 늦춰진 결과 지금은 29세, 30세에 첫 직장을 갖는 게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박 부위원장은 “사회 진출로 고통받는 것은 여성·남성 마찬가지지만, 20대 남성의 초조함은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 한 달 두 달 지나가는 것도 괴로운 상황에서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하는 데 대해 지쳐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의 결과에 대해 기다리라고만 할 게 아니라 20대가 소득주도 성장의 결과를 느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청년당원이었던 정훈경씨(23)는 젠더 이슈에 대한 정부의 불분명한 태도에 실망한 20대 남성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세대는 몰라도 지금 20대 남성들은 20대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강자라고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20대 남성들을 지지해주는 정치세력도 없고, 정부에서도 남성보다는 여성을 편드는 듯한 행동을 하니까 거기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젠더 이슈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일단 여론조사 상으로 사회문제에 대해 성별 간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3월 3주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20대 여성의 88%, 30대 여성의 81%가 미투운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투운동에 대한 20대 남성의 긍정 평가는 67%, 30대 남성의 긍정 평가는 66%에 그쳤다.

올해 8월 4주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무죄 판결에 대해 20대 남성의 46%, 30대 남성의 31%가 잘못된 판결이라고 답한 반면 20대 여성은 65%, 30대 여성은 51%가 잘못된 판결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사회문제에 대한 성별 간 차이가 정부 지지도 결정에서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장덕현 한국갤럽 기획조사실 부장은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부정 평가 이유를 물어보면 경제나 대북외교, 부동산 문제를 답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성별 갈등을 이유로 드는 답변은 거의 없어서 ‘기타’ 항목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박정훈 리서치뷰 수석컨설턴트는 20대 남성의 경우 정부 지지 철회의 ‘부차적 요소’로 젠더 갈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제 정부가 여성을 더 편들었는지 남성을 더 편들었는지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다. 하지만 20대 남성들 사이에서 ‘문재인 정부는 페미니스트 정부’라는 인식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컨설턴트는 다른 세대에 비해 20대에게는 젠더 갈등이 ‘현실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혜화역 시위 등 여성 집회를 주도하는 층이 20대 여성이고, 여러 대학에서 총여학생회 해산을 주도하는 게 20대 남성이라는 것이다. 그는 “초창기에 정부에 대단히 우호적이었던 20대 남성들이 지금은 정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2016 총선청년네트워크’ 출발 기자회견에서 청년단체 대표들이 변화에의 투표를 다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2016 총선청년네트워크’ 출발 기자회견에서 청년단체 대표들이 변화에의 투표를 다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정권 초기에 비하면 중도성향의 계층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리서치뷰의 분석에 따르면, 정권 초기 4개월간 바른정당 지지층의 65%, 국민의당 지지층의 59%가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4개월간 여론조사를 종합해본 결과 바른정당·국민의당의 후신인 바른미래당 지지층 중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은 21%에 불과했다.

정부에 마음이 떠난 계층이 갈 곳은 없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20대의 25%가 안철수·유승민 후보를 지지했다. 하지만 11월 23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바른미래당에 대한 정당 지지율은 20대에서 9%, 30대에서 4%에 그쳤다.

바른정당 당원이었던 정훈경씨도 현재 바른미래당에서는 활동하지 않고 있다. 정씨는 바른미래당이 과연 젊은 세대에게 대안으로 비춰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병역특례제도의 허점을 지적한 일이나, 이준석 최고위원이 이수역 사건에서 남성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발언을 한 것이 젊은 남성들 사이에선 큰 화제가 됐다. 그러나 정씨는 “하태경·이준석 두 분이 젊은 남성들을 대변하는 활동을 열심히 하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바른미래당 전체와 연결되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과거 유승민 의원은 민주당은 싫지만 떳떳하게 자신을 보수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마음의 안식처 역할을 했다. 지금은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20대가 마음을 둘 대안정당이 없다”고 말했다.

■집토끼 남아 있을 때 민심이반 막아야

최진남씨는 하태경·이준석 두 최고위원의 활약상에 최근 바른미래당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젠더 이슈 하나만으로 자신의 지지 정당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20~30대는 북한에 대한 민족주의적·감성적인 접근을 싫어하는 것뿐이지 남북 평화무드 조성에는 찬성한다. 그런데 바른미래당은 젠더 이슈 외에 경제·북한문제에서는 자유한국당과 비슷했다. 젠더 문제에서 남성들 편 좀 들어줬다고 해서 쉽게 젊은 남성들의 마음을 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정부와 여당이 더 늦기 전에 20~30대의 민심이반에 대해 엄중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권했다. 리서치뷰의 분석에 따르면, 아직은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율보다는 높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직전 20대의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39%이지만 현재 20대의 정부 지지율은 56%다. 대선 직전 30대의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54%, 현재의 정부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64%다.

박정훈 리서치뷰 수석컨설턴트는 아직까지는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집토끼’들은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역적으로는 부산·울산·경남, 이념적으로는 중도층, 직업으로는 자영업자나 전업주부 등 원래 민주당 지지세가 약했던 곳부터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 아직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 지적했다. 박 컨설턴트는 “지금의 지지율 하락추세를 돌리지 못한다면 대선 전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핵심 지지층까지 이탈할 수 있다. 특히 지지율 하락폭이 가장 큰 20대 남성에 대해 정부가 여러 경제·사회적 문제의 표본으로 놓고 정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