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통사고’ 유족들, 자유한국당 필리버스터에 통곡

2019.11.29 17:31 입력 2019.11.29 18:02 수정

자유한국당이 국회 본회의 상정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면서 교통안전 강화법안의 처리가 불확실해지자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영민 기자

자유한국당이 국회 본회의 상정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면서 교통안전 강화법안의 처리가 불확실해지자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영민 기자

자유한국당이 29일 국회 본회의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해 ‘민식이법’ 등 어린이 교통안전 법안 통과가 어려워지자 유족이 눈물을 흘리며 항의했다. ‘유치원 3법’ 처리도 불발되면서 시민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자 교통사고로 숨진 어린이 부모들은 한국당 원내대표실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고(故) 김민식군(9)의 어머니 박초희씨(33)는 “민식이가 협상카드냐”며 통곡했다. 김군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과속 차량에 치여 숨졌다. 박씨는 “당신들 그렇게 하라고 우리 아이들 이름 내준 것이 아니다. 당신들에게 무릎까지 꿇었던 우리에게 사과해달라”고 말했다.

고(故) 최하준군(4)의 어머니 고유미씨(37)는 “우리나라 정치의 민낯을 봤다”며 “저는 (법안이)여기까지 온 게 의원의 선의와 부모의 마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 목숨과 (법안을)거래하고 싶었던 것이다. 제가 그런 분들을 세금으로 밥 먹이고 차 태워가며 국회로 보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최군은 2017년 10월 서울랜드 주차장에서 미끄러진 차량에 치여 숨졌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이미 세상을 떠난 아이를 선거법과 바꾸겠다고 협상하는 사람이 금배지를 달고 있는 것이 너무 끔찍하다”며 “국회를 수십일 드나들면서 피눈물을 흘린 유족은 물론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에게 상처를 줬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에 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어린이에게 상해를 입한 운전자는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 주차장에 미끄럼 방지 고임목 등을 설치해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하준이법’이 통과됐다. 여야 쟁점이 없어 무난한 본회의 통과가 예상됐지만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로 처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위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통과도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김한메 전국유치원학부모비상대책위 위원장은 “1년을 기다려온 아이들의 미래와 더 나은 교육을 위한 법안을 볼모로 잡는 것을 보니 어이가 없다”며 “만약 올해 정기국회에서 유치원 3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반대한 의원들을 상대로 내년 총선에서 낙선 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은 “한국당이 유치원 3법은 물론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은 국회의원의 의무인 입법활동을 스스로 방해하는 행위”라며 “여야가 합의한 민식이법도 당리당략을 위해 볼모로 잡은 막무가내 행태는 시민이 선거에서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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