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원들, 전작권 미루는 한국에 좌절” 자주국방 무색한 국군의 날

2013.10.01 22:39

WP, 척 헤이글 방한 맞춰 보도… “주권국가라면 전시 국방 스스로 책임져야”

건군 65주년을 맞은 1일에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군 일각과 보수층의 주장은 계속됐다. ‘강한 국군’과 ‘튼튼한 안보’를 내세워 첨단무기의 위용을 과시하는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르면서도 정작 안보주권의 핵심인 전작권은 한사코 미국에 떠맡기려는 기이한 풍경이다. 급기야 이는 미국 언론의 조롱거리로 등장했다.

■ 스스로 방위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한국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일부 당국자와 정치인들이 전작권을 가져가는 시점을 계속 미루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의 한국 방문에 맞춰 내보낸 보도에서 “한국 당국자들은 올여름 들어 전작권 전환을 2015년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점을 공론화하고 있다”면서 “미국 당국자들은 한국이 자신의 방위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한국 군부가 과연 미군의 지휘 없이 전작권을 행사할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 정부의 예산 제약 속에서 일부 의원들도 전작권 전환을 계속 미루는 한국의 태도에 싫증을 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 7월30일 커티스 스카파로티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에 대한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민주당 소속 칼 레빈 군사위원장은 “나는 전시에 한국을 방어하는 1차적 책임은 한국에 있다고 본다”면서 “한국은 주권국가이고, 주권국가는 전시의 국방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 건군 65년, 안보주권은 어디에

전작권은 2015년 12월 한국이 넘겨받기로 돼 있다. 미국은 한국이 전작권을 이양받으려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독자적으로 작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한국의 국방예산을 대폭 늘리고 자주국방 능력을 갖추라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움직임은 거꾸로다. 전작권 환수 결정을 내렸던 노무현 정부는 이를 준비하기 위해 국방비 증가율을 연평균 8.8%로 유지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방비 증가율은 5%대로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가 최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방비 증가율은 4.2%였다. 이 같은 예산 구조로는 한국이 2015년에 전작권을 넘겨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군과 정부의 의지도 문제다. 정부는 지난 5월 전작권을 2015년 이후에도 계속 미국이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미측에 밝혔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 8월 헤이글 장관에게 이를 정식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작권 환수가 노무현 정부의 유산이라는 강한 거부감과 함께 전작권을 환수하면 한·미동맹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과 헤이글 장관은 2일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전작권 환수 재연기 문제를 협의한다. 이번 회의에서 곧바로 결론이 나지는 않겠지만 전작권 이양 시기를 재연기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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