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로 싸우겠다는 ‘노동변호사’

2014.11.14 22:10 입력 2014.11.14 22:21 수정
박철응 기자

권영국 “사법 정의에 대한 믿음 버렸다” 쌍용차 판결 비판

“노동자 정치적 권리 지킬 수 있는 새로운 정치 모색” 밝혀

한국 노동현장에서 ‘권변’이라는 상징적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53·전 민변 노동위원장·사진)가 14일 “사법 정의에 대한 헛된 믿음을 버리겠다”고 말했다. “노동변호사를 넘어 이제는 정치로 싸우겠다”는 말도 더했다. 지난 13일 대법원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판결을 보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법원 바깥에서, 정치 영역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결심이었다.

정치로 싸우겠다는 ‘노동변호사’

권 변호사는 전화 인터뷰에서 “현저하게 위법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냥 회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회계를 조작하건, 유동성 위기를 만들어내건 상관없이 정리해고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대법원) 판결이었다”면서 “노동자들을 숨막히게 하는 정리해고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자에게 해고의 자유를 줬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여야 할 사법부가 완전히 무너져내렸다”며 “사법 정의에 대한 미련을 갖고 노동 문제에 대응한다면 잘못된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성찰이 필요한 때가 왔다”고 했다.

권 변호사는 2008년부터 지난 5월까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최장기(연임) 노동위원장을 지냈으며 쌍용차 사건뿐 아니라 숱한 노동 사건을 맡아왔다. 집회 현장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거리의 변호사’이기도 하다.

권 변호사는 “판사들이 마치 경영자 입장에 서서 이미 엎질러진 문제라면 다시 뒤집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 정치적 분위기에서 독립적이지 않고 노동자 권리에 대한 인식은 굉장히 천박하다”고 말했다.

노동자들 스스로 정치적 권리를 찾고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도 피력했다.

권 변호사는 “일본 사회의 역동성이 떨어진 것은 법원에 의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법원에 의탁할수록 사회는 정체되고 주권자들의 권리의식 자체가 마비돼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원이 노동을 구제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알고 정치가 더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에서 파업했다는 이유로 법원이 엄청난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노동자들이 대응하기 위해 노동당을 만들고 노동당을 통해 파업에 대한 민사상 면책을 확보했다”면서 “노동자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모색을 해서 법 체계를 바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 정치권의 “지리멸렬한 현실”도 깨뜨려야 한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기존에 갖고 있던 서푼짜리 정파적 이해를 던져버려야 한다. 국민들한테 전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그 안에서 세력을 움켜쥐려고만 한다”며 “자리를 탐하는 입신양명으로 정치권에 간다면 지금껏 살아온 자기 인생과 주위 사람들에게 신뢰를 모두 깨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와 서민, 약자들을 위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느냐가 (정치활동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 어쨌든 지금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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