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주도로 세운 유성기업 복수노조 설립 무효”

2016.04.14 16:38 입력 2016.04.14 22:52 수정

법원 “자주성·독립성 등 노조 구성 요건 못 갖춰”

금속노조 “민주노조 고립·무력화에 제동” 환영

2011년 7월 복수노조 제도 도입 이후 회사의 주도로 이뤄진 복수노조 설립은 무효라는 첫 번째 판결이 나왔다. 향후 복수노조 제도화 이후 회사가 주도해 세운 친기업 노조에 대한 유사한 소송과 판결이 잇따를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14일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2노조(기업별 노조)인 유성기업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노조설립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유성기업은 2011년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둘러싸고 노사갈등이 빚어지자 그해 4월부터 노조 파괴로 악명을 떨친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맺고 자문을 받기 시작했다. 노사갈등이 빚어진 이유는 원청인 현대·기아자동차가 유성기업이 먼저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는 것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당시 창조컨설팅이 유성기업에 보낸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안서’에는 회사의 대응 전략으로 ‘온건·합리적인 2노조 출범’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창조컨설팅은 “2011년 7월 이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다. 7월1일 노조설립 총회를 개최한 뒤 노조 설립 결의, 규약 제정, 임원 선출, 노조설립 신고 등의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제안했다. 회사가 주도해 세운 2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만들어 금속노조를 무력화시키는 전략인 셈이다.

유성기업은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라 7월14일 유성기업 노조 설립총회를 진행했다.

이후 유성기업 노조는 노조 설립신고서, 노조 규약 등을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했는데 이는 회사가 작성해준 것이었다. 유성기업은 유성기업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되도록 노동자들을 면담하면서 해당 노조 가입을 권유 내지 종용했고, 창조컨설팅 자문에 따라 금속노조와는 임금협상이 빨리 체결되지 않도록 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2013년 1월 “유성기업 노조는 자주성·독립성을 갖추지 못해 설립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유성기업 노조는 설립 자체가 유성기업이 계획해 그 주도하에 이뤄졌고 설립 이후 조합원 확보나 조직의 홍보, 안정화 등 운영이 모두 유성기업의 계획하에 수동적으로 이뤄졌다”며 “유성기업 노조는 그 설립·운영에 있어 회사에 대한 자주성·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사측 노조를 상대 로 이같이 승소한 것은 처음”이라며 “복수노조 도입 이후 회사가 친기업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조를 고립·무력화시켜온 행태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