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이 뜨겁게 읽고 차갑게 분노해주길” 세월호 다룬 김탁환 장편소설 ‘거짓말이다’

2016.07.27 20:50 입력 2016.07.28 10:11 수정

고 김관홍 잠수사 모델로 객관적 조망

세월호 참사는 평생 안고 가야 할 사건

비유와 상징이 아닌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다

“독자들이 뜨겁게 읽고 차갑게 분노해주길” 세월호 다룬 김탁환 장편소설 ‘거짓말이다’

“올라가자. 나랑 같이 가자.”

2014년 봄부터 여름까지, 세월호 선체 수색에 나선 민간 잠수사들은 선내에서 발견된 단원고 학생들의 시신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죽은 사람’ 취급하지 말자는 잠수사들끼리의 약속이었다. 그해 7월10일 민간 잠수사들은 “수색 방식을 변경한다”는 해경의 갑작스러운 ‘문자 통보’를 받고 해산했다. 그 뒤 2년이 지나도록 희생자 9명의 시신은 수습되지 않았다. 세월호 선체 인양은 수차례 연기됐다. 정부는 유족들의 반대에도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간 연장을 거부했다.

<불멸의 이순신>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등 역사소설 작가로 잘 알려진 소설가 김탁환씨(48)가 세월호를 정면으로 다룬 장편소설 <거짓말이다>(북스피어)를 펴냈다.

지난 5월 동거차도를 함께 찾은 김관홍 잠수사(오른쪽)와 김탁환 작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br />ⓒ이재교

지난 5월 동거차도를 함께 찾은 김관홍 잠수사(오른쪽)와 김탁환 작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재교

그동안 유족 생존자 인터뷰, 희생자 약전, 문인들의 산문집, 세월호 소재 시집, 르포 등은 나왔지만 참사의 진실을 문학적으로 증언하는 장편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탁환 작가는 “세월호 참사는 내가 평생을 함께 안고 가야 할 생애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민간 잠수사 나경수가 선배 잠수사 류창대의 무죄를 주장하며 법정에 제출한 탄원서로 시작된다. 나경수의 실제 모델은 지난달 17일 숨진 김관홍씨다. 검찰은 실제로 2014년 작업 도중 사망한 한 민간 잠수사의 죽음의 책임이 당시 잠수사들 중 가장 연장자였던 공우영씨에게 있다며 공씨를 기소한 바 있다.

소설은 잠수사의 눈을 통해 실제 선체 수색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정부와 시민들의 시선은 어떠했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각 장은 나경수의 탄원과 세월호 관련자(진도 어민, 생존학생 부모, 생존학생, 공무원, 유족, 기자, 일베 회원, 동료 잠수사 등)의 인터뷰가 대칭을 이루는 형태다. ‘탄원’ 부분이 고된 작업을 감당해야 했던 잠수사들의 노고와 희생자 수습의 구체적인 과정, 해경의 배신, 수색 종료 후의 트라우마를 기둥으로 한다면, ‘인터뷰’ 부분은 잠수사와 유족들에 대한 일부 시민들의 오해와 편견, 유족들의 아픔이 중심이다. “20년 동안 작품을 쓰면서 습득한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소설은 속도감 있게 읽힌다.

작가는 앞서 지난해 2월 1780년 조운선 침몰사건을 소재로 한 역사 미스터리 <목격자들>을 펴냈다. 조선의 ‘세월호’ 참사를 통해 국가의 무능과 실패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소설이다. 작가는 “<목격자들>은 시간적 거리 때문에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정면으로 다루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며 “비유와 상징으로가 아니라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목격자들>을 읽은 4·16기억저장소의 연락을 받고 지난 1월부터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진행자로 참여하면서 김관홍씨를 만났다. 유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잘 잡히지 않았던 서사의 얼개가 김씨와의 대화를 통해 형상을 드러냈다. 작가는 “슬픔에 잠긴 유족들과 달리 김관홍의 화법은 사실과 숫자에 충실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세월호 참사를 객관적으로 다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소설의 서사는 감정의 군더더기를 배제한 건조한 문장에 담겨 있다. 끔찍함이나 슬픔을 과장하는 소설적 장치도 없다. 작가는 “독자들이 정확한 사실을 통해 분노에 도달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우선 정확하게 알아야 제대로 분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 후기’의 마지막 문장이 독자들에 대한 작가의 바람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고 있다. “뜨겁게 읽고 차갑게 분노하라.”

소설의 마지막은 나경수가 동거차도를 찾아가 희생자들의 이름을 생각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실제로 지난 5월 김관홍씨와 함께 동거차도를 찾았던 작가는 소설 출간 후 김씨와 한 번 더 동거차도를 방문하기로 약속했다. 김씨의 돌연한 죽음으로 그 약속은 물거품이 됐지만, 작가는 결론을 바꾸지 않았다. 생전의 김씨가 마음에 들어 한 결론이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인터넷 서점을 통해 소설과 꽃다발을 함께 판매할 예정이다. 꽃다발은 김관홍 잠수사의 아내 김혜연씨가 운영하는 꽃바다(fbada.com)를 통해 배달된다. 꽃다발 판매수익금을 통해 세 아이의 엄마인 김씨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저자 인세도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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