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노동자 2명 ‘폐암 사망’ 첫 산재 인정

2016.09.01 15:24 입력 2016.09.01 16:07 수정

삼성 반도체 노동자 2명이 폐암으로 사망한 것이 업무상 재해라는 판단이 나왔다. 반도체 노동자의 폐암이 산재로 인정된 첫 사례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달 29~30일 삼성 반도체 노동자였던 고 이경희·송유경씨의 폐암 사망을 산재로 최종 인정했다. 이로써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에 의해 직업병 피해를 인정받은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은 총 14명이고, 질병은 백혈병, 림프종, 재생불량성빈혈, 유방암, 다발성신경병증, 뇌종양, 난소암, 폐암 등 8종이 됐다.

고인들은 모두 삼성전자 반도체·LCD 생산 공장에서 ‘식각’ 공정 ‘설비 엔지니어’로서 각각 16년 7개월(고 이경희씨), 17년 3개월(고 송유경씨) 동안 근무했다. 식각 공정은 반도체 웨이퍼나 LCD 패널에 회로패턴을 형성하기 위해 화학물질이나 가스 등을 이용해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공정이다. 고인들은 식각 설비의 설치와 유지보수 업무를 했고, 이 과정에서 설비 챔버(chamber)를 개방해 내부 벽면을 닦거나 환기장치의 각종 부품들을 교체·세정하는 작업도 했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 2명 ‘폐암 사망’ 첫 산재 인정

고인들은 오랜 근무기간 동안 여러 유해물질과 과로·스트레스에 복합적으로 노출됐다. 특히 비소 노출이 폐암의 업무관련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했다. 비소는 폐암의 유발요인으로 알려져 있고, 2012년 국내 반도체 공장에 대한 조사(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노출기준의 6배에 달하는 비소 노출이 확인되기도 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요청으로 고인들의 업무환경을 직접 조사한 직업성 폐질환연구소도 식각 공정의 특성과 고인들의 업무 내용 등을 고려해 “고농도의 비소 노출이 가능하다”고 봤다. 근로복지공단도 이 조사결과에 따라 “고인들이 비소 등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고 판단되며,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폐암을 진단받고 사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업무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결정이 나오기까지 무려 3년 10개월이 걸렸다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재보상보험법 1조에 명시된 ‘신속·공정한 보상’의 원칙을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이 재해 노동자들의 업무환경을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직업성 폐질환연구소의 보고서를 보면 이 사건 조사 당시 고인들이 담당했던 업무 중 상당 부분은 삼성전자의 사내외 협력업체로 이전돼 있었다”며 “따라서 폐질환연구소는 해당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노출평가를 실시하고자 했으나, 그 업체들이 일제히 조사를 거부해 조사 자체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이번에 산재가 인정된 폐암은 삼성의 자체 보상절차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질환”이라며 “SK하이닉스가 산업보건검증위원회의 제안을 전면 수용해 시행하고 있는 보상절차에 폐암이 ‘나군’(업무상 질병 개연성이 높은 질병군) 지원 대상에 포함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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