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천장에 현금 4억원 숨긴 한국지엠 전 노조위원장

2017.02.07 11:03 입력 2017.02.07 13:44 수정

한국지엠 부평공장 노·사 간부들이 하청업체 비정규직 생산직 사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뒤돈’을 받았다가 무더기 적발됐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합격한 정규직 346명 중 35.5%가 성적 조작 등으로 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국지엠 전 노조위원장 한 명은 정규직 채용 대가로 3명으로부터 2500만원을 받은데다 선물세트와 체육복 등 납품 업체 선정 대가로 5억6000억원을 받아 화장실 천장에 4억원, 자신의 차량에 5000만원를 숨겨 뒀다고 적발됐다.

인천지검 특수부(김형근 부장검사)는 한국지엠 부평공장 채용·납품비리에 개입한 노·사 간부 44명을 적발, 이 중 15명을 구속기소하고, 29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또 채용과정에서 돈을 주고 받은 직원 42명이 자수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해 5월부터 9개월간 수사했다.

한국지엠 노사부문 부사장 ㄱ씨(58)는 2015년 8월 전 노조위원장 ㄴ씨(55)로부터 노조원에게 지급할 선물세트를 특정업체로 선정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ㄴ씨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가 구속됐다. 한국지엠 노사협력담당 상무 ㄷ씨(57)도 납품업체를 선정해 준 뒤 ㄴ씨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

ㄴ씨는 2013년부터 2014년 10월까지 노조원을 주기 위한 생활용품 선물세트 납품업체를 선정하면서 3개 납품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5억6000만원을 받아 구속됐다. ㄴ씨는 또 하청업체 비정규직 생산사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3명에게 2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ㄴ씨 집 화장실 천장에서 현금 4억원과 차량에서 5000만원의 뭉칫돈을 찾아냈다.

전 노조위원장 ㄹ씨(51)는 2015년 8월 납품업체를 선정해 달라며 ㄴ씨에게 2억3000만원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4년부터 하청업체 생산직 사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대가로 7명으로부터 1억38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ㄹ씨의 형인 ㅁ씨(58)는 동생이 한국지엠 노조위원장을 하는 것을 이용해 취업희망자 2명으로부터 1억300만원을 받았다. ㄹ씨와 ㅁ씨는 한국지엠에서 ‘취업장사꾼’으로 소문났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현 노조위원장인 ㅂ씨(46)도 2015년 11월 정규직 채용 대가로 2000만원을 받아 불구속기소됐다.

한국지엠은 하도급업체 생산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규직이 결원되면 매년 40∼110명씩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발탁채용을 하고 있다.

ㄱ씨 등 사측 간부들은 노조 전·현직 간부들이 돈을 받고 생산직 사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달라는 청탁을 받으면 전략담당 인력관리팀에 지시, 성적과 면점 점수를 조작해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성적 조작을 통해 정규직에 채용된 합격자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123명에 달한다.

사측 간부들은 노조 집행부가 채용 청탁을 할 경우 노조와의 원만한 관계유지를 위해 성적조작 등의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지엠 채용·납품비리에 연루된 사측 간부는 전·현직 부사장 2명과 상무 2명, 부장 1명 등 5명이다. 반면 노조는 전·현직 노조위원장 3명 등 노조 간부 20여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2007년부터 정규직 채용시험에 7번 떨어진 한 비정규직 직원을 돈을 써야 정규직으로 채용된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어머니 소유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아 브로커에게 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측은 노조 간부들의 청탁을 받고 성적과 면접 점수를 조작해 불합격자들을 합격자로 바꿨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자수자 42명에 대해서는 입건 유예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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