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민주당 이재명의 ‘기본소득’ “특정 연령·농어민에 연 100만원”…“실효성·재원 마련 의문시”

2017.02.26 22:03 입력 2017.02.26 22:07 수정

[주목! 이 공약]④민주당 이재명의 ‘기본소득’ “특정 연령·농어민에 연 100만원”…“실효성·재원 마련 의문시” 이미지 크게 보기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달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대선공약을 발표했다. 노동을 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수준의 현금을 지급하자는 기본소득은 실현불가능한 이상으로만 여겨져 왔지만, 이 시장의 발표로 대선 핵심 의제로까지 급부상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기존 사회보장제도로는 일자리 감소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인식이 확산되며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시장도 “기본소득은 분배정책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장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급 대상이 한정적이고 지급액이 적어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 연 30만원, 생애별 연 100만원

이 시장이 제시한 기본소득안은 크게 일정 계층에게만 지급하는 생애주기별 배당·특수배당,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토지배당으로 나뉜다. 먼저 생애주기별 배당과 특수배당은 유아(0~5세), 아동(6~11세), 청소년(12~17세), 청년(18~29세), 노인(65세 이상) 등 특정 연령대 및 농어민과 장애인에게 각각 연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재원은 기존 정부 예산 구조조정 등으로 충당한다. 토지배당은 조건 없이 전 국민에게 연 3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땅에 세금을 매겨 15조5000억원을 거둬들인 뒤 이를 전 국민에게 똑같이 나눠주겠다는 구상이다. 이 시장 측은 “국토보유세와 토지배당이 동시 시행될 경우 손익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95%의 가구가 혜택을 누리게 되고, 여타 기본소득까지 감안할 경우 97% 이상의 가구가 수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배당은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나 지역상품권으로 발행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지역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거라고 이 시장 측은 설명했다. 이 시장은 “기본소득은 더 이상 구제형 복지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장 패러다임”이라고 밝혔다.

■ “첫발 의미” “불완전 모델 한계”

이 시장의 기본소득 구상은 엄밀히 말해 온전한 기본소득이라고 보기 어렵다. 모든 구성원에게 조건 없이 현금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기본소득의 원래 개념인데, 이 시장의 생애주기별 배당·특수배당의 경우 노동시장에서 일하지 않거나 일하기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기본소득의 원래 개념에 가까운 토지배당의 경우 액수가 연 30만원에 불과하다. 일하지 않더라도 기본 생계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와 거리가 멀다.

이 시장 측은 “실험으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시장의 기본소득 공약을 설계한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부분적이고 실험적이지만 국민들이 이 제도의 혜택을 누리고 확대를 바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정책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가구당 배당액으로 따지면 금액도 아주 적지는 않다”고 말했다.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배당액수를 조금 더 늘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기본소득의 첫걸음으로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산층 이상에까지 꼭 필요하지 않은 소액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보다는 실제 사회적 위협에 처한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는 “유럽의 고부담-고복지 국가에서는 복지제도를 단순화하는 차원에서 기본소득이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우리는 저부담-저복지 국가라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도 충분치 않다”며 “동원할 수 있는 재원 안에서 우선순위를 가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본소득 토론회에서 ‘성남사랑 상품권’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본소득 토론회에서 ‘성남사랑 상품권’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재원 마련 방안 현실성 있을까

가장 의구심이 드는 부분은 재원이다. 이 시장의 공약대로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한다면 매년 43조6000억원이 더 필요하다. 토지배당에는 연 15조5000억원이, 생애주기별 배당과 특수배당에는 28조1000억원이 들어간다.

토지배당의 경우 ‘국토보유세’라는 이름의 세금을 신설해 이를 전액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매년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300조원을 넘고 특권이익의 상당 부분을 토지를 과다보유한 개인과 기업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중 일부를 국토보유세로 징수해 기본소득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생애주기별 배당과 특수배당은 기존 정부 예산 구조조정으로 총예산 400조원 중 약 7%인 30조원을 충당할 계획이다. 그 밖에 재벌·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강화, 조세 감면제도 개선, 초고액소득자 소득세 강화 등 증세 계획도 내놨다. 이 시장 측은 “성남시에서 매년 시 예산의 7~8%를 절감해 복지에 활용했다”며 재원 마련에 자신을 보이지만 예산 절감만으로 충당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선이 많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정부 예산 대부분은 법령에 따라 지출이 정해진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실업급여, 인건비 등이고, 실제 건드릴 수 있는 재량지출의 비율은 전체 예산 중 37%에 불과하다”며 “총예산 중 7%를 절감해 재원을 만들겠다는 구상은 예산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토지배당 재원으로 제시한 국토보유세도 안정적이라 볼 수 없다는 평가다. 국토보유세 도입으로 지가가 하락하면 세수가 줄어들어 배당을 해야 할 재정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본소득제 주장이 사회안전망에 대한 사각지대를 해소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끌어올리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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