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감찰보고서, 정윤회 등 비선 라인 ‘십상시’로 지칭

2014.11.28 09:50
디지털뉴스팀

박근혜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정윤회씨가 여권 비선 실세로 알려진 ‘3인방’과 매달 2차례 모임을 가져온 사실이 적시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감찰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세계일보는 28일 <정윤회 ‘국정 개입’은 사실>이라는 기사를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청와대 내부문건을 입수했다며 보도했다.

감찰 보고 문건에 따르면,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올 1월6일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동향 감찰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당시 서울 여의도 정치권에서 떠돌던 ‘김 실장 중병설’, ‘김 실장 교체설’과 같은 루머의 진앙이 어디인지를 감찰한 결과를 담고 있다.

감찰 조사 결과, 정씨는 이들과 매달 두 차례 정도 서울 강남권 중식당과 일식집 등에서 만나 청와대 내부 동향과 현 정부 동향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모임에는 소위 ‘비선 실세’로 불리는 이재만(48) 총무비서관과 정호성(45)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48) 제2부속비서관 등 ‘3인방’을 비롯한 청와대 내부 인사 6명,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청와대 외부 인사 4명이 참석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이들을 중국 후한 말 환관에 빗대 ‘십상시’로 지칭하고 실명으로 언급했다.

감찰 문건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이들과의 송년 모임에서 김 실장의 사퇴 시점을 “2014년 초·중순으로 잡고 있다”며 참석자들에게 정보지 관계자들을 만나 사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유포할 것을 지시했다.

정씨는 당시 모임에서 “(김 실장은 7인회 멤버 중 한 명인) 최병렬이 VIP(박근혜 대통령)께 추천해 비서실장이 됐다. (하지만) 7인회 원로인 김용환도 최근 김기춘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7인회’는 오랜 기간 박 대통령 주변에서 자문역할을 해온 원로그룹이다.

또 감찰 문건에는 정씨와 이들 10인은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강남 모처에서 만나 VIP의 국정 운영과 BH(청와대 지칭) 내부 상황을 체크하고 의견을 주고받는다”고 적혀 있다.

당초 공직기강비서관실이 ‘3인방’에 주목했던 것은 내부 정보 유출 의혹이었다. 청와대 내부 정보가 외부로 새고 있다는 첩보가 있어 이를 규명하려는 차원에서 자체 감찰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과정에서 정씨의 존재가 드러났고, 민간인 신분인 정씨를 감찰하는 배경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감찰 보고서는 경찰 출신 ㄱ경정이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 지시로 작성했고, 김기춘 실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감찰 보고서가 제출된 지 한 달 만에 ㄱ경정은 원대복귀했고, 조 비서관은 그로부터 두달 뒤 사표를 제출했다.

세계일보는 “현재 공식 직함이 없는 정씨가 자신과 가까운 청와대·정치권 내부 인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세간의 ‘그림자 실세’, ‘숨은 실세’ 의혹이 사실임을 드러낸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며 “특히 청와대 비서관들이 내부 동향을 외부 인사에 전달하는 행위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등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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