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수준 고문 묘사 초·중생 ‘체벌소설’ 유행

2012.05.20 22:22 입력 2012.05.20 23:30 수정

10대들이 가학적 내용 연재, 인터넷 커뮤니티 통해 퍼져

견제장치 없어 악영향 우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 사이에 잔혹한 폭행과 고문장면을 다룬 체벌소설이 유행하고 있다. 이들 소설은 성인물인 포르노 수준을 능가한다.

10대들이 음란물을 즐기는 수준을 넘어 가학적인 음란물을 생산·유통하는 데도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에서 이들 체벌소설의 유통을 막을 수 있는 견제장치가 없다.

경기도에 사는 중 2년생 ㄱ양(14)은 한 유명 포털사이트 인터넷 커뮤니티의 인기 작가다.

ㄱ양은 올 초 20여편의 ‘체벌소설’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연재했다. 주로 여러 남성이 ‘하녀’인 여자 주인공을 때리거나 성적으로 고문하는 내용이다. ㄱ양의 소설은 보통 편당 500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ㄱ양이 쓴 소설 중 가학적인 내용이 담긴 한 소설은 1500여명의 방문자가 다녀갔다. 이 소설은 한 남성이 자기가 좋아하는 여성에게 하녀복을 입힌 뒤 찢거나 성적으로 고문하다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ㄱ양은 “내용이 더 자극적일수록 조회수나 추천수가 올라간다”면서 “재미있다. 계속 연재해 달라는 댓글이 달릴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체벌소설은 인터넷 공간에서 주로 유행한다. 10대 여학생들이 주로 가입한 포털사이트의 체벌소설 커뮤니티 회원수는 7000여명에 달한다.

체벌소설은 말 그대로 체벌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설이다. 작가는 10대 초·중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내용은 성인용 포르노 못지않다. 매로 상대방을 때리는 장면이 포함된 것도 있지만 채찍이나 도구를 이용해 주로 여성을 잔인하게 고문하는 내용이 상당수다. 밧줄로 여성의 몸을 묶고 재갈을 물린 후 성고문을 하거나 알몸 여성을 줄로 묶은 뒤 끌고 다니며 고문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고려대 교육학과 이상민 교수는 체벌소설이 늘어나는 이유를 “10대들이 억눌려 있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강한 자극을 찾아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순 체벌만 다룬 소설도 가학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말을 듣지 않는 학생을 때리는 교사, 집에 늦게 들어오는 여동생에게 매질을 하는 오빠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런 소설에는 ‘회초리로 피가 흐를 때까지 때렸다’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소설에 체벌 장면에 대한 묘사가 나오지 않으면 “왜 체벌 장면을 넣지 않았느냐”는 항의 댓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체벌소설을 자주 읽고 쓰는 한 초등학생은 “사람마다 관심거리가 다르고 체벌소설을 좋아하는 것도 취향이다. 남이 재미있게 보는 소설을 왜 욕하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체벌소설이 청소년기의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폭력상담실 ‘탁틴내일’의 이현숙 대표는 “아이들은 타인의 반응을 보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느끼고 싶어하는 자기과시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자극적인 성행위 장면을 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용이 가학적인 이유는 아이들에게 감수성이 생기기 전에 폭력적인 음란물을 접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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