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가라 중동’ 말말말···조국 “‘일베’ 청년들, 중동으로”, 누리꾼 “박대통령, 너나 가세요”

2015.03.26 13:14 입력 2015.03.26 17:38 수정

“니가 가라. 하와이”

2001년 813만 관객을 불러 모은 영화 <친구>의 명대사다. 화제가 됐던 영화 속 동수(장동건)의 이 대사는 여러가지 패러디가 등장했었다. 최근 이 말을 패러디한 “당신이 가라! 중동”이 청년들 사이에서 다시 화제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일자리’ 발언에 대한 청년들의 불만이 지난 24일 서울 신림동 고시촌을 찾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표출되면서부터다.

일부 청년단체 회원들이 이날 영화 <친구>의 대사 “니가 가라, 하와이”를 패러디한 팻말 “청년들을 중동으로 보내라니, 니가 가라”를 들고 구호를 외친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3일 오후 관악구 신림동에서 고시촌 방문에 반대하는 한국청년연대 회원들과 관악 고시촌 1인 청년들이 피켓 시위대를 지나  청년 1인 가구 관련 타운홀 미팅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3일 오후 관악구 신림동에서 고시촌 방문에 반대하는 한국청년연대 회원들과 관악 고시촌 1인 청년들이 피켓 시위대를 지나 청년 1인 가구 관련 타운홀 미팅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박 대통령은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 열흘 뒤인 지난 19일 청와대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의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세요.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

박 대통령의 청년 일자리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드러낸 발언이지만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율을 겪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5일 한국청년연대 등 청년단체들은 김무성 대표의 한양대 강연 시작 30분전 백남음악관 앞에서 김 대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3일 김 대표가 관악구 신림동의 고시촌을 방문했을 때도 항의시위를 벌였던 이들은 ‘정치쇼 그만해라’ ‘너나 가라 중동’이라는 구호 등을 외쳤다.

새누리당 김무성대표가 청년층과 만나는 청년무대를 이어가기 위해 25일 서울 한양대학교를 방문하자 한국청년연대, 알바노조, 신림동고시촌1인거주청년들 회원들이 여당의 청년 정책을 비난하며 김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새누리당 김무성대표가 청년층과 만나는 청년무대를 이어가기 위해 25일 서울 한양대학교를 방문하자 한국청년연대, 알바노조, 신림동고시촌1인거주청년들 회원들이 여당의 청년 정책을 비난하며 김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청년연대 소속 임선재씨(34)는 같은날 기자회견에 앞서 온라인커뮤니티 ‘오늘의 유머’를 통해 “사상 최대의 청년실업률, 비정규직, 쥐꼬리만한 월급, 열정페이, 청년인턴제, 최저임금 등등 그 어느때보다 청년들이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데 이런 청년들을 위해 박근혜 정권, 새누리당은 무엇을 했나”라며 현 정권을 비판했다.

그는 “청년들 현실이 얼마나 절박한지 들어보라고 피켓 들었더니 문구를 볼 생각은 않고 피켓을 인쇄한 건지 따지기나 하고, 청년들이 현장에서 목청 터져라 외친 내용엔 관심도 없이 뒷조사나 하는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정말 청년과 소통할 생각이 있는 거냐”라며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 당원이라며 종북, 색깔론까지 덧씌우고 나섰다”고 했다.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노조인 ‘알바노조’의 구교현 위원장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지 노동환경이 어떤지에 대한 검토 없이 무작정 내보내기만 하는 것은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취업률을 확보하기 위해서 학생들을 사지로 내모는 결과만 초래한다”며 “정부가 청년 해외취업의 양뿐만 아니라 질과 관련된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청년 인력 중동 등 해외진출 발언에 대한 비판은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오전 원내대팩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청년 인력 중동 진출 독려에 대해 “지금은 70년대가 아니다. 정부가 제대로 된 청년 고용정책을 세우긴커녕 중동 얘기를 꺼낸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22일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한 뒤 “청년실업률이 1년 만에 (7%대에서) 11%까지 치솟을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또한 “‘우리나라 경제성과가 OECD 국가들이나 중진국 이상 국가들 중에서는 굉장히 좋다’고 자화자찬에 입술이 마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뒤 “그렇다면 청년들을 해외로, IS의 테러우려가 높은 중동으로 굳이 보낼 필요가 없지 않은가?”라고 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2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니가 가라, 중동’ 그렇게 생각하지 말자. 각하의 뜻에도 맞고 나라 전체에도 도움되는 방안이 있다”면서 “박근혜 정권 옹호에 광적으로 앞장 서는 ‘일베’ 청년들, 박 정권 권력자의 자식들, ‘박정희 교도’처럼 언동하는 어르신들의 손자들, 다 중동으로 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박근혜 정권을 지지하는 분들은 각하의 뜻에 충실한 실천을 선도해야 한다. 즉각 자기 자식과 손자들을 중동으로 보내 각하를 기쁘게 하라!”고 말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도 지난 21일 트위터를 통해 “박정희 시대의 ‘아싸라비아’는 애 아빠 사우디아라비아 갔어요. 박근혜 시대의 ’아싸라비아’는 ‘우리 아들 사우디아라비아 갔어요’”라고 했다. 이어 전씨는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는 노예 취급하면서, 젊은이들더러 외국에 나가 일하라는 사람 참 많다.”며 “이들이 ‘반도의 청년들이여, 천황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쳐라. 그대들로 인해 조선의 미래는 밝다’던 자들의 현대판”이라고 밝혔다.

청년 인력 ‘중동 진출’ 발언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트위터리언 ‘@J_ma***’는 “박근혜가 청년들 중동 보내려는 심리를 이제 알 것 같다. 청년실업이 문제니까 청년들을 없애버리려는거야”라고 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 ‘@lostin*******’는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에 ‘졸’들이 아닙니다 대통령은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집권 3년만에 기껏 해준다는 말이 청년들에게 ‘중동에나 가라’라고 하셨는데 ‘너 나 가세요’”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누리꾼들은 “대학을 중동으로 이전하면 청년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을까요”(@gwan******) “국방부는 모든 군인 군복에 태극기를 부착하기로 했고, 정부는 해외청년진출을 총괄하는 TF팀을 꾸릴 모양이다. 중동에 진출하는 청년들 어깨에 태극기 부착시키자고 아이디어 내볼까”(@sun****’)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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