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릴레이]‘20여년 디자인 외길’숨은 일꾼

2000.07.27 11:11

-최만수 끄레 디자인실장-

그는 드러나지 않는 숨은 일꾼이다. 그와 나는 해인사 성철 큰스님의 법어집을 내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를 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외모와는 달리 한 30년 가부좌를 튼 산사(山寺)의 때묻지 않은 선승(禪僧)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까지 20여년간 디자인 분야의 한 길을 걸어오면서 수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웬만한 사람에게는 생소하게 여겨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나와의 인연은 줄잡아 16∼17년은 넘었고 지금까지 함께 작업한 책 표지도 200종이 넘었으니 내가 출판계에 입문하고부터 가장 많이 신세를 진 사람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작업을 해오면서 최실장과는 실무적인 이야기 외에는 소주 한잔 기울여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출판 의도를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마무리 작업까지 꼼꼼하게 해주고 있다. 때로는 출판 컨셉에 맞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소개해주며 책의 품격을 높이는 일까지 거들어준다. 당연히 현재 출판계에는 최만수 실장의 손을 거친 훌륭한 작품들이 많다.

그 많은 작업을 해오면서 작품 하나하나에 쏟는 헌신의 힘은 응용예술의 차원을 넘어 순수예술의 경지까지 접근하고 있다. 즉 표지 작품 하나하나에 창조적 에너지와 진지함이 배어 있다.

그래서인지 대형서점의 수많은 책들 속에서 최실장이 손댄 책들은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 부족함이 없다. 가끔 최실장의 작품을 흉내낸 책들도 보이지만 그의 섬세한 능력까지는 근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부처님 말씀 중에 “깨달음의 세계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불교를 처음 만날 때의 그 마음을 항상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깨달음의 세계다”라는 말이 있다. 이 구절을 떠올리는 것은 내가 16∼17년 동안 작업을 해오지만 최실장을 처음 만날 때의 첫인상이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여년을 만나고 있지만 처음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어떨 때는 몇달만에 만나지만 어제 만나고 또 만나는 것 같은 친숙함을 느낀다.

고백컨대, 나는 최실장의 나이도 모른다. 다만 나보다 한두 살 위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어느 학교 출신이며 전공이 무엇이고 고향이 어디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를 만나면 즐겁고 한수 배운다는 마음이 앞선다. 최실장님, 올해는 좋은 작품도 좋지만 자꾸 이사만 다니지 마시고 좋은 작업장 하나 꼭 마련하시오.

/이영기·명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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