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해도 기분 좋은 해맑은 미소

2000.08.01 17:08

-CF 모델 억대소녀 양민아-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남자친구의 옛 애인에게서 온 e메일을 야무지게 지우는 CF로 각광받고 있는 양민아(16). 1998년 잡지모델로 시작해 3년만에 ‘억대소녀’란 꼬리표까지 달게 된 10대 CF스타의 대표주자다. ‘부러움과 비난’을 동시에 쏟게 하는 그 꼬리표는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그러나 그와는 상관없이 실제 양민아는 지극히 평범한 소녀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것들…시원한 바람, 상쾌한 웃음소리, 맑은 미소 그리고 바로 너 양민아’. 양민아의 한 팬이 홈페이지를 만들어 올려놓은 글귀처럼 평범한 것들과 잘 어울리는 10대의 순수함이 그를 빛나게 한다. 때문인지 CF의 당돌하고 자기주장 강한 N세대의 포장된 모습은 거리가 멀어 보인다. 디지털 보다는 아날로그에 가까운, 스타 이전에 평범한 여고생인 양민아는 어떤 아이일까.

#‘여자 정우성’

분당 효성고등학교 1년생 양민아는 수줍음이 많다. 남녀공학인 탓에 얼굴을 보려고 몰려든 남학생이 유리창에 붙은 껌처럼 몰려들 때면 고개부터 숙인다. 길에서도 마찬가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어디에 둘지 몰라 당황한다.

기말고사에서 영어 97점을 맞았다. 자신없는 국사는 74점. CF외에는 일절 다른 활동을 하지 않아 유명세에 비해 스케줄이 없다. 처음에는 신기해 하던 친구들도 아침 7시50분이면 똑같이 나와 책상에 앉는 것을 보면서 곧 심드렁해 했다.

양민아의 별명은 ‘여자 정우성’. 말수가 적고 심하게 낯을 가린다. 단답형의 대답은 말을 거는 사람이 속터질 정도다. 주위에서 표현력이 부족하다고 평하기도 하지만 오래 지켜본 이들은 ‘속 깊은 아이’라고 말한다. 함께 일하는 어른들의 기분을 먼저 알고 챙긴다.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은 학교 다니는 일을 무슨 죽는 일이나 벼슬인 양 엄살부리는 애들, 어른처럼 화장하는 또래들이다. 민아는 몸이 드러나는 항아리형 교복치마가 부담스러워 옆단을 틀 만큼 ‘구식’이다. 못나 보이는 어른은 ‘자신이 최고인줄 알고 그 안에 갇혀있는 사람’. 어린 나이에 일을 하면서 철이 빨리 든 것 같다.

일찍 진로를 찾지 않았다면 미술교사나 유치원교사를 꿈꿨을 것이다. 학기중에는 오후 3시50분 학교 수업을 마치고 연기수업을 받으러 매니지먼트 사무실로 향한다. 목표인 영화배우가 되려면 착실히 연기력을 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송사와 영화 제작자들이 출연을 요청하고 있지만 분수를 안다. 30초에 생명을 다하는 ‘반짝 스타’가 되고 싶지 않다.

#CF와 뮤직비디오

중학교 2학년 때 한 잡지사의 모델로 데뷔해 10여편의 CF에 등장했다. 피아노줄에 매달려 하루종일 버둥대거나 거친 바다에 뛰어들어 두눈을 부릅뜨며 고된 촬영을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일은 소중한 것이고 살아가는데 목표가 될 수 있으니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해 차태현·김민희와 함께 등장한 한 이동통신 CF는 상반기 최대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드라마도 아닌 광고에 이례적으로 결말을 어떻게 해달라며 시청자의 요청이 쇄도했다. 애초 완결편의 내용은 차태현이 죽는 것이었으나 광고심의 문제로 교통사고 효과음만으로 여운을 남겼다.

양민아는 뮤직비디오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대표작은 이승환의 ‘당부’. 소나기 내리는 날, 시집가는 청초한 모습의 어린각시 모습으로 신비감마저 안겼다. 있는 듯 없는 듯한 쌍꺼풀에 부드러운 선을 지닌 양민아의 모습은 아시아권에서 호감을 사고 있다. 덕분에 여명과 커플을 이뤄 홍콩 CF에 진출한데 이어 조만간 일본 CF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조성모의 뮤직비디오에서 베트남 처녀 역으로 새로운 모습을 선사할 예정이다.

〈김희연기자 eggh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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