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원 우주 ‘브레인 이론’힘얻는다

2000.09.01 19:05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이번 방한기간중 고등과학원 연구원을 대상으로 한 전문강연과 2차례의 대중강연을 가졌다.

최근 호킹 박사가 관심을 갖는 분야는 ‘브레인(brane) 이론’이다. 이번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브레인 이론이 무엇이며 우주의 비밀을 파헤치는 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아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4차원(시간, 상하, 전후, 좌우)의 시공간이다. 이 사실은 20세기초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상대성 이론으로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과학자들 사이에 우주가 4차원을 넘어 11차원(10차원+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론이 등장했다.

이 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상대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는 많은 이론적 모델 가운데 현재 가장 각광받고 있는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 또는 M이론)에 따른 것이다.

초끈이론의 기본 아이디어는 매우 간단하다. 자연계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들이 사실은 미세한 끈(string)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초끈이론에 따르면 사실 우주는 11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다만 이 중 4차원만 우리 눈에 보이고 나머지 7차원은 관측하기는 어렵지만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눈에 보이는 4차원의 물리 법칙을 결정한다.

11차원의 우주 중에서 나머지 7차원은 왜 우리 눈에 안보일까. 가장 오래되고 간단한 설명 방법은 7차원 모두 아주 작게 접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빨대를 생각해 보자. 아주 자세히 보면 물론 빨대도 3차원 물체이나 약간 떨어져서 보면 두께가 얇기 때문에 2차원 곡면으로 보이고, 아주 멀리서 보면 1차원 직선으로 보이는 것이다.

호킹 박사의 최근 관심은 이러한 초끈이론에서 출발한다. 초끈이론은 애초에 끈을 가지고 시작한 이론이지만 초끈이론을 연구하다 보면 2차원의 막(membrane) 또는 더 큰 차원을 가진 다양한 물체들이 존재함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물체들을 통틀어 브레인이라고 부르는데 브레인에 관한 연구가 초끈이론에서 얻어낼 수 있는 우주론의 가능성을 한층 넓혀 놓았다.

최근 미국의 물리학자 랜달(Randall)과 선드럼(Sundrum)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사실은 4차원 이상의 큰 공간에 들어있는 4차원 브레인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예를 들자면 3차원 공간인 영화관에 2차원의 스크린이 있고 마치 이 스크린 상에서 배우들이 살듯 우리는 다차원 공간상에 들어있는 4차원 브레인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4차원 브레인이 가지고 있는 큰 에너지 때문에 그 주위의 시공간은 강하게 휘게 되어 이 세상의 물체들은 4차원 브레인에 붙어살게 되며 따라서 우리 우주 ‘바깥’은 설혹 아주 작게 접혀있지 않더라도 관측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그동안 물리학자들이 풀지 못했던 많은 다른 문제들에 관한 해답을 제시해 줌으로써 학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으며 현재 호킹 교수를 비롯한 전세계의 물리학자들이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만일 정말로 우리 우주가 4차원 브레인에 갇혀 있다면 혹시라도 우리 우주에서 ‘바깥’으로 물질이나 에너지가 새어 나갈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관측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물리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0년간의 초정밀 가속기 실험을 통해 이러한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은정기자 ejung@kyunghyang.com/도움말:이상민박사(고등과학원 물리학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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