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률상담 창구에 비친 가정문제 변천사

2000.10.01 17:06

-90년대 노년층 여성 순종적 삶에 ‘반기’-

“최근들어 아내의 외도나 폭력이 증가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성외도의 원인은 대부분 배우자인 남편이 제공하고 여성폭력 역시 부부싸움의 와중에서 정당방위적 성격에서 벌어진 일회성이 강해요. 21세기에도 한국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열악합니다”

가정문제 전문상담기관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사진) 소장은 최근 개소한 1956년부터 99년까지의 상담통계를 발표했다.

이 상담소의 43년간의 통계는 이혼에 있어 유책주의를 채택하는 법원통계와 달리 실제 상담창구를 통해 부부갈등과 이혼의 내용들이 입체적이고 구체적으로 드러나 우리 가정문제 전반에 대한 실상을 보여준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지난 43년간 총상담건수는 56만6천96건. 이 가운데 상담소를 직접 방문한 내담자 29만6천6백56명의 상담 중 12만4천4백63건에 달하는 이혼상담을 중점 분석했다.

이혼상담은 1980년대까지는 30~40였으나 1990년대에는 50.9로 늘었으며 특히 여성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여성들의 법적·사회적 지위가 증가하고 자의식이 성장해 문제있는 결혼생활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담창구에 비친 가정문제의 시대적 특성을 살펴보면 먼저 1950, 60년대에는 다른 연대에 비해 사실혼 해소 상담의 비율이 높아 혼인신고하는 법적 형식에 익숙하지 않았던 당대의 현실을 나타내준다.

70년대에는 부부갈등 상담이 급증했으며 특히 이혼사유에서도 1호(배우자 부정), 2호(가출 등 악의의 유기), 3호(부당한 대우)보다는 6호인 ‘기타 혼인을 지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의 증가가 눈에 띈다.

80년대에는 6호사유와 더불어 여성들의 경우 남편의 폭력 등 부당한 대우로 인한 상담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 90년대에는 40대 이상 내담자 비율이 증가했고 이들의 상담은 중년 및 노년층의 이혼증가를 뒷받침한다.

실제상담을 보면 이혼을 둘러싼 여성과 남성의 관계나 시각이 매우 다름을 알 수 있다. 이혼사유에 있어 똑같이 6호인 ‘결혼을 지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를 들지만 남성들은 매우 추상적이고 가부장적 관념으로 아내를 평가한다.

즉 시집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순종적이지 않다 등이다. 반면 여성들은 애정의 문제 등 ‘삶의 질’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곽소장은 “99년엔 10쌍 중 3쌍이 이혼하는 등 고이혼율 시대를 맞이했고 개인이 더 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긴 하지만 역시 이혼은 가족해체란 아픔과 고통을 동반한다”며 “부부갈등과 이혼증가 원인을 살펴 이를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현실적으로 증가하는 이혼·재혼 가정에 대한 법적·제도적 배려도 절실히 요청된다”고 밝혔다.

/유인경기자 al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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