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불운의 레이스’

2000.10.01 23:25

왜 이렇게 눈물이 흐르는지.

이봉주(30·삼성전자)는 경기가 끝난 후 오인환 코치를 보는 순간 기어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아깝게 놓친 금메달을 이번에는 반드시 거머쥐려고 지난 4년간을 그렇게 별러왔는데. 금메달을 결혼약속을 한 미순씨에게 프로포즈 선물로 바치려고 했는데. 앞서 가던 선수가 넘어지지만 않았다면.

이봉주에겐 한없이 억울한 레이스였다. 1일 남자마라톤에서 이봉주는 본인의 최고기록에 훨씬 못미치는 2시간17분57초의 기록으로 24위에 머무르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10㎞ 지점까지 선두그룹을 유지하던 이봉주. 하지만 15㎞ 지점을 통과할 즈음 그의 모습은 선두권에서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라커룸에서 경기장면을 지켜보던 오인환 코치가 애가 탄 듯 경기장으로 나와 대형화면을 통해 이봉주의 모습을 찾았다. 하지만 선두그룹에 그의 모습은 없었다.

이봉주는 15㎞ 지점에서 앞서 가던 선수가 비틀거리며 넘어지려는 것을 피하다 옆선수에게 걸려 넘어졌다. 그는 금세 벌떡 일어나 레이스를 재개했지만 한번 선두권에서 멀어지면서 벌어진 거리를 줄이기란 불가능했다. 게다가 이때 이봉주는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던 때. 한 번 리듬이 깨진 이상 승부는 물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때 이봉주가 선두권에 합류하려고 속력을 올린 것이 오히려 오버페이스를 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15㎞를 7위로 통과한 이봉주는 20㎞ 지점을 23위로 통과했다. 그때까지 TV 화면으로 경기를 지켜보면서 아들의 모습을 정확히 찾아냈던 어머니 공옥희씨의 표정이 굳어진 것도 이때였다.

이후 이봉주의 레이스는 멀어져 가는 선두그룹을 지켜 봐야만 하는 안타까운 싸움이었다. 이봉주는 30㎞ 지점에서 한때 30위 가까이 밀려났지만 사력을 다한 레이스를 펼쳐 24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에티오피아의 게자니 아베라(22)가 2시간10분11초의 기록으로 2시간10분31초를 기록한 케냐의 에릭 와이나이나(27)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 조국에 네번째 올림픽마라톤 금메달을 바쳤다. 한국의 정남균(22·한체대)은 2시간22분23초로 45위에 머물렀고 백승도(32·한전)는 65위(2시간28분25초)에 그쳤다.

〈시드니/김진우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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