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 그래도 ‘굴뚝산업’이다

2000.11.01 16:58

▲‘제조업은 영원한가’/에몬 핑글턴·지식여행

19세기 영국이 산업혁명(굴뚝산업)으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다면 1980년 이후 미국은 디지털혁명(정보산업)으로 세계경제의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미국은 굴뚝산업을 제3세계로 방출하는 한편 ‘신경제’의 경기규칙을 전세계에 강요하면서 탈공업화의 황금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이때 파이낸셜 타임스와 포브스 등의 기자로 활동한 미국인 에몬 핑글턴이 작전타임을 외쳤다. 그는 ‘제조업은 영원한가’(김학동 옮김, 지식여행)에서 ‘야구는 4번타자의 홈런 한방에 기댈 게 아니라 나인업의 팀워크로 꾸려나가야 한다’고 딴지를 건다.

정보산업의 일발장타를 기다리는 신경제 작전보다는 굴뚝산업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작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보산업의 유행에 따라 굴뚝산업을 내치는 미국의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미국 신경제 게임의 기록분석원쯤에 해당하는 저자가 관찰하기에 정보산업 일변도의 신경제정책은 헛스윙만 해대다 삼진 아웃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제1구 헛스윙=고용 밸런스가 나쁘다’. 신경제의 문제점은 IQ테스트 상위 1~5%의 사람들, 넉넉하게 잡아도 상위 20%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란 지적이다.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제조업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제2구 헛스윙=소득의 신장이 둔하다’. 예컨대 저자는 “미국의 전 인구에서 빈곤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72년 17%에서 최근 25%까지 높아졌다”는 등의 사례를 든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신경제 월드시리즈를 해마다 제패했지만 정작 1인당 국민소득 신장률은 134%. 제조업 종사자의 비율이 미국보다 월등히 높은 스위스·일본·덴마크·스웨덴·독일·오스트리아 등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맹국 중 13등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최저임금의 저하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라는 극언까지 인용한다.

‘제3구 스트라이크 아웃=수출 경쟁력이 약하다’. 천하제일인 미국의 컴퓨터 소프트웨어산업에서 개인용 프로그램은 수출 상대국의 문자·문법·습관에 맞추어야 하므로 죄다 고쳐서 수출하느니 수출하지 않는 게 남는 장사다. “미국 정보업자의 해외 매출액은 0과 같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따라 고용창출·소득신장·수출 등의 이점을 지닌 ‘첨단제조업’의 르네상스야 말로 미국경제의 살 길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그는 미 정부에 ▲저축률을 올려라 ▲그 돈을 생산기술의 개발에 투자하라 ▲제조업자가 투자에 걸맞은 이익을 얻도록 하라 ▲노동자의 기능을 향상시켜라 ▲고도 생산기술의 해외유출을 저지하라는 등의 작전을 제안했다.

이 책은 한국을 “80년 이후 IMF 전까지 미국의 몇배나 높은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이룬 풍요로운 나라”라고 소개하는 등 일부 보이지 않는 실책을 저질렀다. 게다가 월드시리즈에서는 우승하고도 정작 흥행에서는 실패한 미국 구단(球團)의 이익에 맞춘 분석과 해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글로벌시대에도 굴뚝산업의 미래가 밝다는 ‘사인’은 우리에게 암시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정보산업은 포수 글러브에 꽂히는 야구공이라기보다는 관중석의 광고풍선처럼 붕 떠있기 때문이다.

/김중식기자 uy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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