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래찬씨 자살과 검찰의 책임

2000.11.01 19:04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의 자살로 동방·대신금고 불법대출 및 정·관계 로비 수사는 도미한 유조웅 동방금고 사장에 이어 또 한명의 중요 수사대상자를 잃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현준씨가 건넨 로비자금의 금감원내 수령자를 밝혀내기가 까다롭게 됐다. 대신금고 부정대출에 압력을 행사한 금감원 간부나 동방금고가 검사를 전혀 받지 않은 배경 규명도 쉽지 않게 됐다. 무엇보다 금감원에 대한 수사가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사건 전체의 수사가 미궁에 빠졌다고 하는 인식은 곤란하다. 특히 검찰은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한다. 검찰은 그렇지 않아도 수사 초기부터 ‘수사가 경제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거나 ‘정·관계 인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수사범위를 제한하려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행여 장씨의 죽음이 소극적 수사로 돌아서는 빌미가 돼서는 안될 일이다. 이번 사건의 수사는 벤처업계와 금감원, 정·관계에 넓게 자리잡은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아내 건강한 경제기반을 구축하는 기초작업이다. 그러므로 사건의 진상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며 검찰은 오히려 이 시점부터 더욱 집요하고 치밀한 수사를 해야 한다. 수사대상자 중 한명이 사라졌을 뿐 정씨나 이경자씨 등 많은 중요 관련자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금감원에 대한 수사도 검찰의 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더욱이 정·관계 인사의 관련대목에서는 장씨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수사환경이 달라지지 않았다. 정씨와 이씨의 사설펀드를 통한 정·관계 로비는 장씨에게 떠넘길 사안도 아닐 뿐더러 사설펀드에 고위 정·관계 인사 10여명이 가입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장씨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사회적 충격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하며 감정 때문에 사건의 본질이 희석돼서는 안된다. 우선 장씨는 유서에서 주식투자로 직장 선배의 미망인을 도왔다고 했으나 당사자는 완강하게 부인해 논란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금감원의 비리를 혼자 떠안고 감으로써 조직을 보호하려 한 것이라는 추측도 낳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인간적 괴로움과 충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금감원이 폭력배 조직이 아닌 이상 감쌀 만한 일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불법과 비리를 가리고 수사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장씨가 주위에서 압력을 받은 것 같다는 유족의 말도 유념해 수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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