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급감 ‘겨울보다 추운 금강산…’

2001.02.01 19:10

“금강산 관광은 동포애적인 의미가 담긴 상징적인 사업입네다. 어더렇게 해서 시작한 사업인데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되디요”

금강산에서 남한 관광객들을 안내하던 북한 여성지도원은 기자의 목에 걸린 관광여권을 보고 대뜸 “남측 관광객이 제발 많이 올 수 있도록 선전해달라”고 주문했다.

금강산의 1월 말은 설화(雪花)가 만발해 천하절경의 장관을 연출하면서 ‘겨울 설봉산(雪峯山)’이란 명칭이 허명만은 아님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런 장관을 함께 지켜본 관광객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1998년 11월18일 분단의 벽을 뚫고 첫 배를 띄운 금강산 관광사업이 관광객 격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이기도 했다. 특히 올들어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겨울이라는 비수기 탓도 있지만 유람선마다 관광객은 고작 승선인원의 10~20% 수준으로 썰렁한 분위기다. 최대 1,000명이 승선할 수 있는 금강호 등 유람선 4척 모두 1회 취항시 겨우 100명을 넘기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2000년 1월 한달동안 금강호 등 3개 유람선은 1만3천명을 실어날랐다. 금강·봉래호 2척만 운항하던 99년 1월에도 1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올 1월에는 3개 유람선 외에 설봉호가 추가 투입됐음에도 6,339명에 머물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현대측은 할인을 통해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관광객 수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34만원짜리 상품을 20만원 주고 왔다는 50대 주부(강원 춘천시)는 “관광객이 이렇게 적을 줄 몰랐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관광비용 20만원은 금강산 입산료 200달러(약 25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 현대측 입장에서는 출혈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현대측은 관광사업 2년을 넘기면서 5천억원대의 누적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북한땅을 밟아보는 감격’도 조금씩 퇴색하고 있다. 청주에서 왔다는 김주욱씨(41)는 “비용은 동남아 여행비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편이지만 금강산 등반 이외에는 메리트가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 “다양한 레저를 제공해줄 수 있는 위락시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상선 강성국 이사는 “초기 대다수를 차지했던 60대 이상 실향민 대신 이제는 대학생이나 직장인, 주부 등 ‘전쟁 이후’ 세대의 비실향민들이 주관광객”이라며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전했다. 현대상선 정봉두 고성사무소장은 “지도원 등 북측 요원들도 관광객이 날로 줄어들어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것에 내색은 하지 않지만 무척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최효찬기자 romachoi@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