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회진출 디딤돌 자임‘청일점’

2001.04.01 16:53

남성들 속의 홍일점 여성은 그 희소성 덕분에 대접을 받기도 하지만 청일점 남성의 경우 숨도 제대로 못쉬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이남하씨(37·신용보증기금 홍보과 과장)는 청일점의 장점을 살려 숙명여대 경영대학원 사상 최초로 첫 남성 원우회장으로 탄생해 화제다.

숙명여대는 그동안 남성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다가 1994년 경영대학원을 특수대학원에 설치하며 남성들의 입학을 허용했으나 수료한 남성은 1명. 지난해부터 경영대학원 마케팅 과정을 밟고 있는 이씨는 지난달 개강모임에서 만장일치로 원우회장에 선출되었다.

“지난해 처음 숙대 대학원에 들어왔을 땐 솔직히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온통 화장품 냄새 가득한 여성들 사이에 남학생은 저 혼자였으니까요. 야간대학원인데도 수업이 끝나면 술마시지 않고 밥만 먹고 총총히 가버리는 것도 영 어색하더군요. 하지만 단순히 학벌관리 차원에서 대학원에 진학한 것이 아니고 경영하는 여성들을 이해하기 위해서였으니까 마음을 열고 동료들을 대했죠”

이씨는 1990년 신용보증기금에 입사, 10년간 3,000여개 기업 신용조사 및 보증을 해왔다. 강동지점 재직시에는 실직자, 이혼여성을 대상으로 50여개 기업 창업 지원을 해주었다. 또 사내 연구모임인 중생모(중소기업을 생각하는 사람의 모임) 회장으로 활약중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여성들의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3년전부터. 신용보증기금에서 IMF 이후인 1999년 7월부터 생계형 창업보증을 시작하면서 힘없고 돈없는 여성들의 창업을 돕고 있다.

그는 “최근 여성이 ‘대표’로 된 중소기업은 늘었으나 알고 보면 남편이 경영하는 회사이고 실제로 창업하는 분야 역시 전문성이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소주방, 카페, 옷가게 등이 대부분”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인터넷 정보통신업종을 중심으로 여성들의 창업이 증가하는 것을 보고 이씨는 앞으로 “나라와 여성을 위해 할 일은 여성의 사회진출과 여성기업의 경영을 돕는 것”이란 결심을 굳혔다.

“한 조사를 보면 전업주부들의 70%도 자기일을 해서 돈을 벌고 싶어하더군요. 여성들의 열정과 능력은 남성 못지 않지만 아직 사회진출의 장벽이 두텁고 여성들의 적극적인 노력도 적어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저도 두 딸의 아버지인데 딸들이 자신의 재능과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사회를 만들어주고 싶어 부지런히 여성발전을 위해 일할 생각입니다”

그는 숙대의 여성지원센터와 연계, 여성들의 창업을 함께 고민하는 한편 창업동아리도 결성할 계획이다. 또 다른 창업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여성들의 창업을 적극 돕겠단다. “여성의 시대인 21세기는 여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성인력을 활용하지 못하면 기업도 국가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여성을 돕는데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는 그의 주장이다.

/유인경기자 al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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