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나날]사람냄새 나는 세상을 꿈꾸며

2001.04.01 19:09

〈이종덕·세종문화회관 총감독〉

“주여! 저에게도 모든 형제들과 함께 괴로워할 수 있는 사랑을 주소서. 기진하면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그 위대한 사랑의 힘을 주소서”

김수환 추기경의 묵상록 ‘십자가의 길’에 나오는 기도문 중 한 대목이다.

수년 전 천주교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내 탓이오’ 운동에 대한 기억과 함께 항상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는 말씀이지만 여간해서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굳이 추기경께서 기도까지 하실 이유가 없기도 하겠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형제들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는 마음, 다른 사람보다 나 자신의 책임을 먼저 묻는 인생철학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세상은 정말 살맛나는 곳이 될 듯하다. 그런 살맛나는 세상, 즐거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낭만파 클럽’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낭만파 클럽은 지난 2월13일 발족식을 가졌는데 500여명이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다.

‘낭만’이라는 것에 그만큼 갈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겠지만, “따지지 않는다/ 차라리 내가 손해본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다/ 사랑과 정을 함께 나눈다/ 조건 없이 서로 돕는다/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한다…”는 내용의 낭만파 클럽 강령에 매료된 사람도 많았다. 처음 이 모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몇몇 사람들은 ‘낭만’에 해당하는 영어단어 로맨스(Romance)의 발음을 바꿔 ‘노망스’라 부르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아마도 ‘낭만’이라는 단어에서 배타적인 쾌락의 냄새를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위에 소개한 강령에서도 알 수 있듯 ‘낭만파 클럽’은 먹고 즐기자는 모임도 아니고,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이 모여서 허영심을 충족시키자는 모임도 아니다.

어려웠던 시절, 혼자 달려가기보다는 옆의 동료와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걸어가며 느꼈던 따스한 동료애, 내가 조금 손해 보는 듯 해도 후배를 위해 한 걸음 물러설 수 있던 여유를 되찾자는 것이 ‘낭만파 클럽’을 만든 이유다.

옛 선조들의 삶을 여유롭게 만들어 주었던 ‘풍류’를 현대사회에 맞게 적용해보자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다.

세상의 발전이 빨라지면서 사람들도 바빠졌다. 각종 문명의 이기가 외형적인 삶의 편의를 증진시켜 놓았지만, 그 편안함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잃고 말았다. 삶의 주도권을 ‘사람’이 아니라 ‘기술문명’이 쥐고 있는 듯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필자는 ‘낭만파 클럽’의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을 지향하면서 진정한 ‘낭만’이란 이기적인 마음을 갖고는 결코 느껴볼 수 없는 감정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다. 이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곳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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