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환경 바뀐다](4)라마즈분만

2001.05.01 17:02

-연상·이완·호흡조절로 통증 완화-

대체분만법 중 비교적 잘 알려진 것이 ‘라마즈 분만법’이다. 1989년 강남 차병원에서 첫 시도한 뒤 지금은 전국의 주요 병·의원으로 확산됐다. 도입 초창기엔 라마즈 분만법의 효과에 대한 일반인의 시각은 회의적이었다. ‘남자가 분만훈련에 참가해야 한다’는 점이 유교적 선입견을 자극,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남편이 많았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져 아예 남편이 먼저 나서 적극적으로 등록하고 아내를 이끌고 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라마즈 분만법은 지난 50년 러시아 의사들이 호흡조절을 통한 통증 없는 분만법을 발표한 것이 시초였다. 그 뒤 프랑스 의사 라마즈에 의해 체계화돼 전세계로 전파됐다.

라마즈 분만은 ‘개가 늘 먹이를 주던 주인만 바라봐도 침을 흘린다’는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원리를 분만과정에 응용한 방법이다. 즉, 분만시 통증은 조건반사에 의한 것으로 각종 훈련을 통해 조건반사의 연결통로를 차단하면 진통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마즈 분만의 통증완화법은 크게 연상·이완·호흡법 3가지다. 연상법은 ‘심즈체위’라고 불리는 편안한 자세로 조용한 휴식처나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려 심신의 긴장을 푸는 연습이다. 긍정적인 마음은 진통호르몬인 엔도르핀을 분비시켜 통증을 줄인다는 점을 응용한 것이다. 이완법은 온몸의 힘빼기를 연습하는 것이다. 분만과정의 통증이나 피로는 온몸이 지나치게 경직되면 가중된다. 분만시간이 길어지고 심할 경우 경련까지 생기기 때문에 평소 근육이나 관절 등을 이완시키는 훈련을 해두는 것이다.

호흡법은 가장 중요하고 주된 훈련과정으로 분만진행에 맞춰 적절한 호흡을 통해 체내에 산소 공급을 원활히 하고 조직 이완을 돕는다. 아울러 ‘진통’에만 집중된 산모의 관심도 ‘호흡’ 쪽으로 분산시켜 통증을 덜게 하는 목적도 있다. 이같은 훈련을 통해 두려움 없이 분만에 임하게 만드는 일종의 정신의학적 예방법이 라마즈 분만법이다.

3가지 훈련 모두 이론을 익힌 뒤 꾸준히 연습, 체득해야만 출산 때 적절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교육은 임신 25~30주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병원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4~5주 과정으로, 주당 1회 2시간, 총 8~10시간 강의로 이뤄진다. 비용은 7만~8만원 선. 훈련과정 중 근육을 이완시켜 주거나 호흡 수를 체크하는 등 남편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남편도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그냥 등록만 하고 건성으로 임하면 실전에서 기대만큼 효과를 얻기 힘들다. 또 라마즈 분만은 통증이 전혀 없는 ‘무통분만’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사전 노력으로 통증을 최소화시키는 ‘감통분만’일 뿐 결코 ‘무통분만’은 아니다. 또 라마즈 분만법을 배운다고 모두 자연분만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키가 150㎝ 이하로 골반이 작거나 자궁기형 등이 있는 경우는 제왕절개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같은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건강한 산모는 라마즈 분만법을 활용할 수 있다. 수중분만이나 그네분만을 하더라도 라마즈 분만법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98년 강남 차병원에서 라마즈 교육을 받은 임신부 242명의 제왕절개율은 8.3%에 불과했다. 같은 병원에서 교육을 받지 않은 임신부 222명의 제왕절개율은 42.8%였다. 제왕절개를 할 경우 수술 부위가 아물 때까지 통증에 시달리고 음식도 먹을 수 없지만 자연분만 산모는 비교적 자유롭게 음식 섭취를 할 수 있다. 또 분만실에 남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큰 안정감을 줘 순산에 도움이 된다.

라마즈 분만은 남편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라마즈 교육과 분만을 함께 경험한 남편은 이후에도 육아와 가사분담 등에 적극적이고 부부간 육아갈등도 훨씬 적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의사와 보호자간 신뢰관계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분만실에 보호자가 함께 할 경우 자칫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상호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움말/서승온 수간호사(강남 차병원)/

/이정노 교수(강남 차병원 산부인과)/

/강용혁기자 docto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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