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불명 설사, 혈변…일보는게 두렵다

2024.05.25 06:00

2030세대 빨간불 ‘염증성 장질환’

원인불명 설사, 혈변…일보는게 두렵다

한창 사회적 활동을 왕성하게 할 나이인 20~40대 환자 비율이 전체의 반을 넘는 질환이 있다. 지속적인 복통과 설사, 혈변 같은 증상 때문에 하루에도 여러 번 화장실을 드나들 수밖에 없어 환자들의 고충이 심하다. 경과가 좋아졌나 싶으면 다시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만성의 난치성 질환이라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다양한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바로 ‘염증성 장질환’이다.

유전적 요인 땐 위험 20배 높아…환경 영향도

2022년 기준 국내 환자 수가 8만6000명에 달하는 염증성 장질환은 크게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뉜다. 과거에는 서구에서 발병률이 높았으나, 최근 10년 사이 국내에서도 발병률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에 비슷한 증상으로 고생해오면서도 이 질환을 앓고 있는지 몰랐던 환자의 수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질환의 이름처럼 장내의 염증 반응이 오랜 기간 지속되는데, 뚜렷한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로선 염증성 장질환을 일으키는 과정에 환자의 유전적 요인과 함께 장내 미생물, 식사 행태, 약물, 흡연 같은 다양한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성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1차 직계가족의 경우, 발생 위험도가 일반인에 비해 20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또한 강직성 척추염, 건선, 포도막염과 같은 면역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수십배까지 염증성 장질환의 발생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고 설명했다.

염증성 장질환 중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주로 대장에만 생기는 특징을 보인다. 크론병은 이와 달리 입부터 항문까지 모든 소화기관에 걸쳐 염증이 발생하는 양상을 보인다. 또 궤양성 대장염은 주로 점막의 얕은 층에서 염증이 발생하는 데 반해, 크론병은 염증이 장의 모든 층을 침범하며 깊게 발생하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에서 깊은 궤양을 확인할 수 있다. 크론병은 소화기관이 좁아지면서 달라붙는 협착이나 구멍이 뚫리는 천공·누공 등 합병증이 쉽게 생길 수 있지만, 궤양성 대장염은 비교적 이런 합병증이 잘 발생하지 않는 차이도 보인다.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과 달리 대장에만 염증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의 차이도 있지만 두 질환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증상도 많다. 복통과 설사가 잦아 고통이 심하며 비교적 젊은 연령대부터 진단받는다는 점도 비슷하다. 다만 궤양성 대장염은 주로 20~40대에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 60세 이상 고령에서도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크론병은 연령이 좀 더 낮아 주로 10~20대에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준 교수는 “특히 젊은 나이에 반복적인 복통과 설사가 있거나 체중 감소를 동반하는 경우, 과거에 치루·치열 등을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 염증성 장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건선이나 강직성 척추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꼭 크론병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공통적인 초기 증상은 속이 불편하고 일시적으로 설사를 하는 과민성대장증후군과 비슷한 점도 있어 가볍게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민성대장증후군 때문에 체중 감소나 혈변이 나타나는 경우는 없으며 오랜 기간 지속하지도 않는다. 보통 4주 이상 설사·복통·혈변 등이 반복될 때는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진단이 늦어져 합병증이 생긴 상태에서 병원을 찾으면 그만큼 치료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다른 질환과 감별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선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각각의 특징에 초점을 맞춘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내시경을 통해 검사·진단하는데, 장기간 지속된 설사 중에서도 혈변이나 점액변을 동반했을 경우와 항문 주위에 농양이 있을 경우엔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대변 검사를 통해 ‘칼프로텍틴’이라는 항목을 측정하는 검사 방법도 시행하고 있다. 칼프로텍틴 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보인다면 궤양성 대장염의 가능성이 매우 낮으므로 대장내시경을 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궤양성 대장염 여부를 알 수 있다.

반면 크론병은 염증이 소장까지 침범하는 특징이 있어 대장내시경에 추가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소장까지 살펴봐야 한다. 크론병은 일반적으로 진단 시점에서 합병증이 없는 경우가 약 80%에 달하지만, 나머지는 협착이나 농양 같은 합병증이 동반된 상태로 진단된다.

주로 약물치료…방치 땐 천공·협착·대장암

염증성 장질환의 대표적인 치료 방법은 약물치료로, 증상을 없애고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천공, 협착, 대장암 등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적절한 약물을 처방하면 손상된 장 점막의 회복을 돕고, 염증 정도를 낮춰 수술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염증의 범위가 작고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항염증제인 ‘5-ASA’ 약제를 먹거나 항문에 주입하는 식으로 치료한다. 반대로 염증 범위가 넓고 정도가 심하면 면역을 조절하는 스테로이드 약제나 면역억제제가 사용된다. 이러한 약제로도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생물학제제나 소분자 약제 등을 사용한다. 약물치료로도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는 수술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고성준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은 보통 대장 전체를 들어내는 수술을 진행하고, 크론병은 염증이 생긴 부분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시행한다”며 “수술치료는 염증 부위를 모두 제거한다는 점에서 치료 효과는 높지만,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불편함이 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 생활수칙

1. 설사, 혈변, 반복적인 복통,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염증성 장질환 전문의와 면담하는 것이 좋다.

2. 고위험군(환자의 형제·자매·자녀 등)은 발병 위험도가 일반인보다 약 20배 증가하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 ‘칼프로텍틴’ 검사를 하면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된다.

3. 항생제나 소염진통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장기적 사용은 피한다.

4. 너무 짜거나 단 음식은 장내 염증을 촉발할 수 있어 가급적 줄이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5.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육류보다는 생선과 같은 종류의 단백질을 섭취한다.

6.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충분한 수면, 반려동물 기르기 등도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