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클립]‘수억대 뮤비’꾸짖는 인디밴드

2001.11.01 16:46

케이블 음악채널 m.net에 따르면 올해 제작된 뮤직비디오는 총 531편으로 집계됐다.

이들 뮤직비디오 중에서 해외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만 해도 25편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에 따르면 뮤직비디오 제작편수는 매년 22.3%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해외촬영한 뮤직비디오는 99년에 비해 50% 늘어났다.

뮤직비디오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만큼 우리 음반시장이 활성화된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IMF 이후 음반시장은 불황을 극복하지 못한 채 거의 절반수준으로 판매량이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반제작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뮤직비디오 제작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정말 한심합니다. 앨범 제작비보다 뮤직비디오 제작비가 더 많이 드니 주객이 전도된 거 아닙니까. 그렇다고 뮤직비디오가 효과적인 홍보수단이 되지도 못해요. 하루빨리 뮤직비디오 제작으로 인한 출혈경쟁을 끝내야 합니다”

한 제작자의 한탄처럼 뮤직비디오 제작은 음반시장에서 ‘울며 겨자먹기’가 돼가고 있다. 몇몇 대형가수의 뮤직비디오만 홍보효과가 막대한 지상파에 한두차례 방영될 뿐 대부분의 뮤직비디오는 잠깐 동안 케이블 음악채널의 콘텐츠로 제공된 뒤 수명을 다한다. 또 뮤직비디오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다보니 정작 음반제작비를 쪼개야 하는 악순환도 계속된다.

국내 뮤직비디오가 수년 사이 크게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세계시장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는 유명 팝스타의 그것과 내용면에서나 실험성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가수가 유명 팝스타의 뮤직비디오 제작비와 맞먹는 물량공세를 펼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와중에 인디밴드인 ‘오 브라더스’가 단돈 50만원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는 소식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또 기껏해야 2백만원 안팎을 들인 인디밴드의 뮤직비디오가 수억원을 들였다는 유명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능가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뮤직비디오에도 고질병인 허세가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해외촬영을 해야만 대형뮤직비디오로 인정하는 풍토가 개선돼야 한다.

뮤직비디오에 투자할 자금을 공연으로 돌려 팬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겠다는 가수를 보고 싶다. 공연을 찾는 팬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자신의 출혈을 감수하면서 싼 가격에 양질의 콘서트를 펼치겠다는 가수는 없을까.

/오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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