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전화 멋대로 변경’ 불법영업 기승

2001.11.01 19:31

회사원 김모씨(33·경기 고양시)는 지난주 ‘이상한’ 고지서 한통을 받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전혀 가입한 적이 없는 온세통신에서 8·9월 시외전화 통화료 7,880원을 납부하라는 고지서를 보내온 것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온세통신 본사에 전화를 건 김씨는 회사측의 답변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본사 관계자는 “대리점에서 지난 7월 중순 고객과 직접 전화 통화한 뒤 시외전화 변경신청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며 대리점에 책임을 떠넘겼다. 김씨는 “온세통신과 통화한 적도 없는데 내가 직접 변경신청을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회사측은 또 김씨가 “내 주민등록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며 개인정보 입수경위를 추궁했으나 이렇다할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정모씨(40)에게도 얼마전 가입하지 않은 데이콤의 5~9월치 시외전화요금 고지서가 왔다. 정씨는 “사용자에게 한마디 상의조차 않고 남의 개인신상정보를 빼내 멋대로 변경신청서를 작성했다”고 비난했다. 정씨는 이 사실을 최근 정보통신부에 고발했다.

시외전화 가입자 유치를 위한 일부 통신회사들의 불법영업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1997년 11월 ‘시외전화 사전선택제’ 도입 이후 통신회사들이 가입자 유치경쟁을 벌이면서 다른 업체의 시외전화 사용자를 마음대로 자사의 가입자로 불법변경하는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 회사는 정보통신부로부터 여러차례의 시정명령과 함께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면서도 가입자 불법·허위 변경을 멈추지 않고 있다.

데이콤과 온세통신은 지난 7~9월에 고객의 동의없이 경쟁사의 가입자를 자사로 불법 변경했다가 적발돼 각각 3천2백만원과 1천4백만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두 회사가 이 기간동안 불법 변경했다가 적발된 건수만 각각 110건과 220건이다. 데이콤은 이미 98년 5월과 11월 등 모두 4차례나 적발돼 과징금을 물었으며 온세통신은 지난 8월(64건)에 이어 2번째다.

한국소비자보호원 박인용 팀장은 “최근 들어 불법변경을 호소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면서 “대부분 번거롭다는 이유로 고발까지는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적발 건수는 실제 불법변경 건수에 비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시외전화회사의 불법변경에 당한 피해자들은 난데없는 요금청구보다 자신의 신상정보가 마구 돌아다니는 것이 더욱 불쾌하다고 호소한다. 시외전화 변경을 하려면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뿐 아니라 주민등록번호도 필요한데 업체에서 이를 어떻게 취득했는지 모르겠다며 불안해 한다.

이에 대해 상당수 대리점들은 “전화번호부를 이용하거나 무작위로 전화를 돌렸다”는 해명만 하고 있다.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조사2과장은 “개인정보가 시중에 워낙 많이 유통되고 있어 업체에서 마음만 먹으면 개인의 신상정보를 알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수료에 눈이 멀어 버젓이 탈법을 일삼는 대리점이 문제지만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받아주는 통신회사들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김형기기자 hgk@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