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홈런...병현 통한의 눈물

2001.11.01 19:40

동양인으로는 처음 밟아본 영광의 무대. 그리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위력적인 피칭.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월드시리즈 데뷔는 온통 장밋빛이었다. 그러나 아웃카운트를 하나 남겨두고 김병현은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했다.

김병현은 1일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미프로야구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애리조나가 3-1로 앞서던 8회말 등판해 역사적인 데뷔전을 치렀지만 9회말 2사후 동점 투런홈런을 맞은데 이어 10회말 2사후 다시 끝내기 솔로홈런을 얻어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애리조나가 8회초 2점을 뽑아 리드를 잡자 밥 브렌리 감독은 88개의 공만을 던진 선발투수 커트 실링을 과감히 내리고 김병현을 등판시키는 모험을 감행했다.

김병현은 위력적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는 기염을 토하며 8회를 마쳤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마지막 순간에 김병현을 외면했다. 9회 첫 타자 데릭 지터의 기습번트를 잘 막아낸 김병현은 폴 오닐에게 풀카운트 접전 끝에 빗맞은 안타를 내줬다.

버니 윌리엄스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승리를 눈앞에 둔 김병현은 티노 마르티네스에게 낮은 직구를 초구로 던졌으나 이번 시리즈 무안타에 허덕이던 마르티네스는 이 공을 걷어올려 담장 밖으로 넘겨버렸다.

45개의 공을 던지고 연장 10회말 다시 마운드에 선 김병현의 공은 힘이 떨어져 있었다. 2사후 등장한 지터는 4개의 파울볼을 쳐내며 김병현을 물고 늘어졌고 결국 10구째를 밀어쳐 우측담장을 살짝 넘기는 끝내기 홈런을 만들어 냈다.

이 홈런으로 김병현은 패전의 멍에를 썼고 4일 만에 등판해 7이닝을 3안타·1실점으로 막은 실링의 역투도 물거품이 됐다.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애리조나는 2연승 뒤 2연패를 기록하고 오히려 불리한 위치에 몰리게 됐다.

월드시리즈 역사에 남을 만한 명승부를 마감한 지터는 올해의 ‘미스터 옥토버’로 떠올랐고 10회를 무안타·무실점으로 막은 마리아노 리베라는 전날 세이브에 이어 승리기록을 추가했다. 2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5차전에서 애리조나는 미겔 바티스타를, 양키스는 마이크 뮤시나를 선발로 각각 예고했다.

〈유신모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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