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도발적인‘한국의 마돈나’5년만의 앨범‘김완선’

2002.07.04 15:58

80년대 중반. 백치미를 앞세운 섹시함으로 댄스음악계에 도전장을 던진 10대 소녀가수가 있었다. 도발적으로 치켜올라간 눈, 10대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풍만한 몸매, 무대를 꽉 채우는 파워풀한 춤까지. 그는 단숨에 청소년부터 중년까지 뭇남성을 사로잡으면서 인기가수로 도약했다. 한국판 마돈나로 불린 당대 최고의 ‘댄싱퀸 김완선’.

92년말. 인기절정에서 그는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홍콩으로 떠났다. 2년간의 은둔생활 끝에 대만에서 활동을 재개했다. 당시 3장의 중국어 앨범을 내면서 한류(韓流)의 초석을 다졌다. 당시 무성했던 소문을 한번쯤 확인해야 했다. 고인이 된 모 재벌총수와의 염문이 그것이었다.

“하늘에 맹세코 그분과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어요. 그 소문이 났다는 것도 한참 뒤에야 들을 수 있었죠. 추측컨대 홍콩에 가기 전에 김영삼 대선캠프를 도와 전국을 돌면서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죠. 당시 문제의 재벌총수도 대선후보였잖아요. 후보들 사이에서 흠집내기용으로 만들어진 염문이 아닐까 추측했어요”

여하튼 그가 월드컵에서 마지막 투혼을 불태운 황선홍 선수처럼 무대로 돌아왔다. 97년 내놨던 ‘탤런트’에 이어 5년 만에 선보이는 앨범. 댄스가수로서는 환갑이 지난 나이 서른셋. 그러나 그가 세상에 던진 8집앨범 ‘S’는 더 강력하고 새로운 댄스음악으로 가득하다. 흡사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젖비린내를 비웃는 마돈나에 비견될 만하다.

“작년 5월에 앨범작업을 시작했으니까 꼬박 1년이 걸렸네요. 많은 앨범을 만들었지만 이번처럼 힘든 적이 없었어요. 다시 신인으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타이틀곡 ‘S’는 섹시(Sexy)하고 도발적(Suggestive)인 색채를 가미,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 신인가수 류가 작사·작곡한 노래로 유로테크노와 가요를 적절히 배합한 사이키델릭한 댄스곡이다. 몽환적인 사운드와 직설적인 가사가 그와 잘 어울린다.

“들을수록 매력적인 노래죠. 비주얼적인 효과와 맞물려야 극대화할 수 있는 노래여서 의상 및 안무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퍼포먼스적인 요소가 많은 무대를 준비했죠”

격렬한 댄스를 소화하기에 몸이 굳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천연덕스럽게 “춤은 자전거타기(한 번 배우면 방법을 잊지 않는)와 같다”면서 “눈빛과 손끝만으로도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대중적인 댄스곡 ‘질주’를 비롯해 예전에 비해 훨씬 나아진 가창력이 느껴지는 발라드곡 ‘Only Love’와 ‘보낼 수 없는 사랑’이 수록돼 있다. 또 한장의 앨범에는 히트곡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리듬 속에 춤을’ 등을 마돈나 앨범을 제작했던 피터 라펠슨이 편곡으로 다시 불러 실었다. 얘기하다보니 그는 예전에 비해 훨씬 유연해져 있었다. 무엇이 그를 다르게 만들었을까.

“쉬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옛날에는 사람 만나는 일에 익숙지 못했으나 이젠 달라요. 사실 사랑도 해봤는데 아직 짝은 못만났어요”

인터뷰 말미에 그는 불쑥 영화얘기를 꺼냈다. 요즘 충무로에서 잇달아 캐스팅 제의가 들어온단다.

“어때요. 제가 에로영화 배우가 되면 잘할 것 같지 않아요. 농담이구요. 오래전부터 영화배우가 꿈이었는데 좋은 작품 하나 골라 올 가을쯤 찍어볼까 해요. 기대하셔도 돼요”

그러고 보니 푹 파인 원피스 위로 드러난 도발적인 몸매는 여전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잘 살린다면 스크린에서도 만만치 않은 배우일 수 있겠다. 그도 한국 축구 대표선수들처럼 멀티플레이어를 꿈꾸고 있는 게 아닐까.

/오광수기자 ok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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