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모아 태산’알뜰한 소비자

2002.09.01 15:42

IMF 외환위기가 시작되면서 신풍속도로 등장하기 시작한 쿠폰족(族). 처음엔 알뜰주부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쿠폰족이 이젠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졌다. 쿠폰과 마일리지 카드 한두 개 정도 없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 서점에서 잡지 등에 있는 샘플쿠폰만을 몰래 오려가는 ‘얌체’ 쿠폰족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카피라이터 김지선씨(25·레몬 커뮤니케이션)는 ‘걸어다니는 쿠폰집’으로 주변에서 통한다. 이동통신의 할인카드로 음식점, 의류점, 극장, PC방 등의 이용비를 할인받는다. 잘만 사용하면 데이트 비용을 25%정도 줄일 수 있다. 캐시백 제휴카드 포인트는 나중에 다시 책 같은 상품으로 꼬박꼬박 돌려받는다. 웬만한 커피전문점이나 DVD룸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 카드, 의류점과 액세서리점, 화장품 가게에서 쓸모있는 누적포인트 카드도 잊지 않는다.

휴가 때는 그 전에 잡지 여러 권을 뒤져서 뜯어낸 화장품 샘플쿠폰의 덕을 톡톡히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쿠폰족 나름의 ‘원칙’이 있다.

지선씨는 “꼭 필요하지 않은 곳을 할인 때문에 일부러 찾아가는 것은 진정한 쿠폰족의 행동이 아니다”라며 “좋은 제품을 좀더 싸게 사용하자는 것이 쿠폰족들의 원래 취지”라고 말했다.

권정숙씨(24·아이알 코리아)는 먹거리에 주로 쿠폰을 사용한다. 국내 패밀리레스토랑 대부분에 인터넷 회원으로 가입한 정숙씨는 프로모션이나 생일 등 행사 때마다 오는 인터넷 쿠폰을 받아놓았다 요긴하게 써먹는다.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할 일이 생기면 항상 쿠폰들을 프린트해서 가져가는 것을 잊지 않는다.

정숙씨는 “혹시라도 쿠폰을 깜빡했을 때는 괜시리 손해본 느낌”이라며 “유효기한에 맞춰 일부러라도 방문하고 할인이 되는 곳이면 먼 곳을 찾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숙씨는 슈퍼마켓이나 할인점 등에 가서 200~300원짜리 과자를 사더라도 꼭 캐시백이 되는 과자를 구입한다. 티끌모아 태산. 나중에 왕창 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쿠폰·마일리지 카드 사용층은 주로 여성들이었다. 하지만 이젠 여성 못지않은 ‘극성’ 남성 쿠폰족도 많다. 신금원씨(27·ㅂ사)는 쿠폰이라면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모은다. 종이 쿠폰에서부터 멤버십 쿠폰까지 종류도 각양각색. 업무상 거래업체와 미팅을 많이 갖는 금원씨. 자신이 자주 가는 지역의 식당이 아니더라도 일단 모든 쿠폰을 무조건 챙기고 본다. 언제 어디를 갈지 알 수 없기 때문.

금원씨는 “쿠폰이 워낙 많다보니 유효기한이 지난 쿠폰을 가려내는 일도 만만찮다”고 말한다.

우승우씨(26·KFC)는 약속이 있을 때면 일단 인터넷 쿠폰사이트부터 뒤지는 게 습관이 됐다. 그날 모임의 성격이나 지역 등에 대해 미리 사전정보를 입수한 뒤 그때마다 쿠폰 전문 사이트를 찾는다.

‘디씨플러스’(www.dcplus.co.kr)나 ‘쿠폰세상’(www.cuse.co.kr), ‘시티넷’(coupon.citynet.co.kr) 등이 단골 사이트. 처음에는 남자가 째째하게 논다고 놀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몇 번 재미를 보게 되자 주위 반응도 달라졌다. “지금은 제가 쿠폰을 들고 가지 않으면 오히려 친구들이 ‘왜 안 가지고 나왔느냐’라고 닦달할 정도입니다”

/이호승기자 jbravo@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