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콕토크]‘광복절 특사’등 대박 김상진감독

2003.01.02 16:04

충무로 코미디의 대표주자는 강우석 감독이었다. 이제 그 자리는 그의 수제자 출신인 김상진 감독이 차지하게 됐다. ‘주유소 습격사건’(2백60만명), ‘신라의 달밤’(4백60만명), ‘광복절특사’(1월초 현재 3백10만명) 등 최근작 세 편만으로 1천만명의 관객을 동원, ‘코미디특사’로 공인받은 것이다.

-3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소감은?

“관객들이 고맙다. 영화제 수상작보다 관객과 함께하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이 잇따라 이뤄져 기쁘다”

-흥행작을 내놓게 된 비결이 있다면?

“코미디를 좋아한다는 거다. 대학(한양대 연극영화과)에 다니면서 코미디를 하겠다고 맘먹었고, 강우석 감독에게 연출수업을 받으면서 감각과 근성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코미디에 주력했다”

-한 우물만 팠다는 건가?

“치열하게 팠다. 관객들과 함께하면서 그들이 재밌어하는 부분은 살리고 아쉬워했던 부분은 보강했다. 그러는 과정에 남들보다 조금 앞선 ‘감’을 얻게 됐고, 그 감을 밀어붙인 게 적중했다”

-비판 또한 만만찮다.

“25자 이내로 요약되는 영화가 좋다. 사람들도 단순무식한 사람들이 좋다. 그들은 솔직하다. 뒤통수 때리지 않는다. 그래서 체면이고 모양새고 따지지 않는 삼류들의 삼류정신을 그린 거다. 인터넷에서 누가 ‘김상진의 영화는 일품요리나 프랑스 정식이 아니라 싸구려 재료로 만든, 비오는 날 먹는 부침개같은 것이다. 싸지만 맛있다’라고 쓴 걸 봤다. 그런 표현이 마음에 든다. 그렇지만 그것에 안주하면 망한다”

-세 편이 다르지만 닮았다.

“닮았지만 다르다. 큰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에 얽힌 사람들이 몰려들고, 왁자지껄 한바탕 소동으로 사건이 종결된다는 점이 닮았다. 그러나 ‘주유소…’는 무작정 주유소를 점령한 4인방의 유희, ‘신라의…’는 조폭이 된 모범생과 교사가 된 문제아의 엇갈린 운명, ‘광복절특사’는 탈옥하기 전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그렸다. 이를 통해 각기 다른 삼류들의 초상을 보여줬다”

김감독은 이어 ‘주유소…’와 ‘신라의…’에 얽힌 일화를 들려줬다. ‘주유소…’의 경우 평이 워낙 안좋았는데 ‘신라의…’를 평하면서 ‘주유소…’의 풍자정신과 해학이 어디로 갔느냐고 비평했다는 거다. 김감독은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거냐”라면서 “어쨌든 이른바 ‘쌈마이영화’는 ‘광복절특사’로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어떤 코미디를 할 건가?

“이제까지의 세 편과는 느낌이 다른, 이벤트(사건) 중심이 아니라 인간미 있는 코미디다. 한국에 영화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들의 이야기 등 역사적 이야기를 새롭게 재해석하는 코미디 등을 생각하고 있다. ‘돈을…’부터 ‘투캅스3’가 1기, ‘주유소…’부터 ‘광복절특사’가 2기라면 앞으로 제3기를 열어가겠다”

-한국 코미디의 문제라면.

“한 작품이 히트하면 아류작들이 봇물을 이룬다는 거다. 작품에 은근히 깔려 있는 이야기는 제쳐두고 너도 나도 히트작의 형태만 빌려온 코미디를 내놓고 있다. 가볍다는 점보다 더 큰 문제다. 일말의 죄책감을 느낀다”

-좋아하는 배우나 감독은?

“이소룡과 채플린, 코언 형제 감독과 기타노 다케시 감독을 좋아한다. 특히 코언 형제의 영화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부조리하고 불합리하고 역설적인 상황에서 빚어지는 웃음이 있어서 좋다”

-코미디 외 다른 장르에는 도전하고 싶지 않나.

“멜로는 ‘닭살’ 돋고 SF는 기술력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고 보면 할 수 있는 게 코미디·액션·공포 등이다. 앞으로의 코미디에는 다른 맛도 가미할 것이다. 관객들이 그걸 원하고 있다. 이제는 한 장르만 가지고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아주 먼 훗날 임권택·이창동 감독님의 뒤를 이어 국제영화제에도 도전하겠다”

한편 김감독은 최근 자신의 영화사(감독의집)를 정리하고 시네마서비스의 한국영화 제작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까지 투자·배급에 주력해 왔던 시네마서비스가 갖추는 자체 제작 시스템의 총괄 책임자를 맡은 것이다.

김감독은 “그간 확보한 스타시스템을 이용한 액션·멜로·공포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블록버스터를 많이 만들게 될 것”이라면서 “요즘 매일 한 편 이상의 시나리오를 읽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제작본부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면서 차기작은 1~2년쯤 뒤에 하게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배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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