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날리면 나들이 삼가세요

2003.04.01 15:58

만물이 생동하는 꽃피는 봄. 그러나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에게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봄철 식물에서 날리는 꽃가루(화분)가 콧물·재채기·피로감 등의 알레르기비염 증상이나 결막염 및 천식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화분에 의해 생기는 질환인 화분증(꽃가루병)의 진단과 치료 및 예방법에 대하여 알아본다.

◇화분증이란

화분증은 화분이 기관지를 통해 흡입되면 우리 몸에서 화분에 대한 특이 면역글로불린 E라는 물질을 만든다. 재차 같은 화분에 노출되면 면역세포에 붙어 있던 특이 면역글로불린 E와 결합하여 히스타민을 비롯한 여러 화학매개물질들을 분비한다. 이들 화학매개물질이 코의 점막이나 눈·기관지를 자극하여 콧물, 재채기, 코막힘, 가려움증, 눈물, 기침 가래 등의 알레르기 비염이나 결막염, 천식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화분증을 일으키는 물질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물은 바람에 의해 꽃가루가 운반되는 풍매화가 주요 원인으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꽃가루와는 차이가 있다. 실제로 봄철에 도시 도로변에 솜털 같은 꽃씨를 날리는 ‘이태리포플러’는 알레르기 항원성이 별로 없다. 알레르기 발생 식물들은 이보다는 훨씬 꽃가루가 작아서 쉽게 바람에 실려 먼 거리를 이동하므로 주위에 나무가 없더라도 얼마든지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대개의 알레르기 발생 식물들은 주택가 주변이나 길가의 공터, 하천가 등지에 분포되어 있어 알레르기 환자들이 원인 화분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들 알레르기 발생 식물들은 깊은 산속보다는 인간에 의해 자연이 파괴된 토양에 많이 서식하며 대개 잡초류로서 아주 강한 알레르기 유발성이 있다. 이런 사실은 우리에게 환경보존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한 소아알레르기 및 호흡기학회는 최근 화분이 날리는 절정기를 조사했다. 봄철은 3∼5월, 가을은 8∼9월이 최고조에 이른다. 오리나무는 연중 가장 먼저 날리는 꽃가루로 2월말부터 3월말까지 절정을 이루며 서울 근처에는 북한산·우면산·청계산 지역에 서식하고 있다. 소나무는 4~5월에 많지만 항원성이 낮아서 실제 질병을 일으키는 비율은 낮다. 이외에도 자작나무·포플러·버드나무·참나무 등이 봄철에 많은 수목화분이다. 남쪽 지방에는 삼나무의 꽃가루도 많이 날린다. 가을에는 돼지풀·쑥·환삼덩굴 등의 잡초화분이 많은데 이들 식물은 가까운 한강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화분증의 치료 및 예방

화분증 예방의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화분을 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화분 유행계절에 따라 이사를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따라서 꽃가루가 유행하는 계절에는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가능하면 안경·마스크·모자 등을 착용하고 외출 후에는 옷을 털고 집안으로 들어오도록 하며, 손을 잘 씻고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바람이 강한 맑은 날에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데 이때는 창문을 열지 않도록 하고 침구류도 밖에 널어 말리지 않는 것이 좋다. 실내공기 환기는 에어컨을 이용하여 환기시키거나 실내에 고효능필터(헤파필터)나 전자침전기가 장착된 공기정화기를 사용하면 꽃가루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런 회피만으로는 증상을 완전히 낫게 할 수 없으므로 예방약이나 치료약을 사용하게 된다. 화분증의 치료약제로는 세티리진·로라타딘 등의 졸음이 없는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효과적이며 때로는 국소용 항히스타민제나 크로몰린제, 스테로이드 같은 항알레르기 약제가 도움이 된다. 또한 원인 화분항원을 단계적으로 양을 늘려 정기적으로 주사함으로써 꽃가루에 노출되어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면역성을 길러주는 면역주사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들 약제나 면역주사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고, 환자마다 필요한 치료법이 달라 반드시 알레르기 전문의와 상의해 환자 자신에게 맞는 맞춤치료를 해야 한다.

〈도움말:한림대의대 강동성심병원 소아과 이혜란 교수〉

/이준규기자 jk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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