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콕토크]‘이야기 피아노’공연10년 작곡가 노영심

2003.05.01 19:09

노영심(36)은 5월이 되면 ‘농번기’를 맞은 농부처럼 바빠진다. 1994년부터 매년 이맘때 마련해온 콘서트 ‘이야기 피아노’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이 공연이 10년째를 맞는다. 오는 9~18일 ‘10년 후에…’라는 주제로 서울 대학로 소극장 ‘정미소’에서 열리는 공연을 위해 노영심은 몸무게가 줄 정도로 공연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공연 테마를 ‘10년 후에…’라고 정했다. 이유가 있는지.

“10년 전 시작한 ‘이야기 피아노’는 모차르트와 김민기, 쇼팽과 길옥윤이 함께 차를 마시고 저녁식사를 하듯 클래식과 대중가요 등이 장르없이 넘나들고, 이런 음악을 ‘노영심만의 어법’으로 들려주자는 거였어요. 단발성으로 끝날 수도 있었는데 어찌 하다 보니 10년이나 흘렀습니다. 이런 공연을 10년 후에도 계속하고 싶다는 의미로 테마를 ‘10년 후에…’라고 정했어요”

-10년을 중간 결산하는 콘서트치고는 공연장이 작은 듯하다.

“사실 규모가 큰 홀에서 공연하려고 무척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생각해온, 클래식 공연을 주로 하는 대형홀을 대관할 수 없었어요. 너무 대중적 인물이라 안된다더군요. 저보다 더 대중적인 분이 그곳에서 공연한 생각이 나 웃음이 나왔지만 마음 속으로는 눈물이 펑펑 쏟아졌어요. 10년간 나름대로 피아니스트로서 자리를 잡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분들 시각에는 제가 대중가수로 보였나 봐요”

노영심은 “이 때문에 2주 동안 심한 속앓이를 했다”면서 “그러나 이젠 모두 털어버렸다”고 밝혔다. “규모보다 내실있는 연주가 관객들에게 더 큰 기쁨을 주지 않겠느냐”면서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공연이 올해로 열번째를 맞았다. 의미를 부여한다면.

“어떤 분야든 한가지 작업이나 일을 10년 동안 계속한다는 게 쉽지 않지요. 그런 점에서 우선 제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또 이번 공연은 개인적으로 ‘피아니스트로서의 전환점’을 통과하는 무대라고 생각해요. 그 전환점의 화두는 ‘관객’이고요. 지난 10년 간 피아니스트란 정체성을 갖고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저를 인정해준 관객들 덕분이죠. 지난 공연들이 ‘노영심의 정체성 찾기’에 할애된 측면이 강했다면 이번 공연부터는 관객들에게 최상의 연주와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생각입니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변한 게 있다면.

“10년 동안 연주와 노래도 하고 작곡도 틈틈히 했지만 2~3년 전까지만 해도 저의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어요. 이제는 뭔가 큰 ‘줄기’를 발견한 듯해요. 피아니스트로서 연주 기량도 성숙해졌다는 얘길 종종 듣습니다.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겼다는 칭찬도요. 제 스스로도 음악에 대해 조금은 관대해졌다는 느낌을 가져요”

-2001년에 결혼했다. 음악 외적으로는 어떤 점이 달라졌나.

“전에 비해 친구들, 특히 남자친구들 전화가 현저히 줄었어요. 결혼후 산책할 수 있고 주변에 좋은 미술관이 많은 곳으로 이사도 했죠. 우스운 건 결혼한 후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는 겁니다. 또 남편을 보면서 세상의 모든 남자들에게 연민을 느끼게도 됐고요. 가정과 사회에 대한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을 진 그들에 대해 결혼 전과 달리 존경심이나 배려가 더 깊어졌다고 할까요”

가수 변진섭이 부른 ‘희망사항’의 작곡·작사가로, 가수 여진의 ‘그리움만 쌓이네’를 리바이벌해 히트시킨 가수로, 피아니스트로 대중과 함께해온 노영심. 그는 이제까지 50여곡의 피아노곡과 5장의 연주앨범을 냈다. “최근 부쩍 ‘자연주의’에 빠져있다”며 “이번 공연에서 ‘여백’을 최대한 살리는 연주를 하겠다”는 그의 다짐과 미소가 5월 햇살처럼 싱그러웠다.

/김준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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