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농어촌 목소리

2003.06.19 15:52

농어촌 대상 라디오 프로그램이 오는 7월13일, 방송시작 76년만에 사라진다. KBS는 제1라디오를 24시간 뉴스정보 채널로 운영키로 확정, 유일한 농어촌 프로그램인 ‘밝아오는 새아침’(매일 오전 5시5분)을 폐지했다.

농어촌 대상 프로그램은 일제시대인 1927년 경성방송국에서 첫 전파를 탔으며 58년 농사원(농촌진흥청 전신)이 서울중앙방송(KBS 전신)과 협조해 제작한 ‘농사수첩’이란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이후 63년에 농촌진흥청은 KBS ‘라디오 농업학교’를 직접 제작했으며, MBC ‘밝아오는 우리마을’(64년)과 DBS(동아방송)의 ‘새벽의 광장’(65년) 등이 생기면서 ‘농촌방송 전성기’가 열렸다. 이듬해에는 TBC(동양방송)와 CBS(기독교방송)도 동참, 모두 6개 라디오 프로그램이 운영되기에 이르렀다. 전체 인구의 55% 이상이 농가인구(65년 통계)였던 때였다.

80년 언론통폐합 조치로 TBC 등이 문을 닫으며 농어촌 프로그램은 수가 줄었으나 80년대 후반까지는 명맥을 유지했다. MBC ‘밝아오는 우리마을’, CBS ‘밝아오는 새마을’, KBS 제1라디오의 ‘농어촌의 시간’, KBS 제2라디오의 ‘농어민의 수첩’ 등 80년대 후반까지는 4∼5개의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그러나 KBS 제1라디오의 ‘농어촌의 시간’은 91년 ‘밝아오는 새아침’(오전 5시5분)으로 제목을 바꿔 오늘날까지 이어진 반면 나머지는 차례로 자취를 감췄다.

‘밝아오는 새아침’은 농촌진흥청의 제작 지원을 받아 ‘신농법 신기술’ ‘영농공개강좌’ 등 고정코너를 확보해 농촌진흥사업 홍보에 적극 활용됐다. TV뉴스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5시에 시작돼 농어민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농진청의 방송 담당자 김광국씨는 “지난해 종영한 MBC TV ‘전원일기’처럼 소외된 우리 농촌의 현실을 상징하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최민영기자 m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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