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권의 책]안중근 전쟁, 끝나지 않았다 外

2003.08.01 17:08

-법정기록으로 만나는 당당한 삶-

◇안중근 전쟁, 끝나지 않았다

이기웅 엮음/열화당(2000)

“나의 목적은 한국의 독립과 동양평화의 유지에 있었고, 이토를 살해하기에 이른 것도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동양의 평화를 위한 것으로, 아직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토를 죽여도 자살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1910년(메이지 43년) 2월7일 관동도독부 지방법원 형사법정에서 한 안중근의 진술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뤼순 감옥까지의 안중근 투쟁기록’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감옥에서의 신문조서와 법정에서의 공판 기록이다. 놀랍도록 담담하고 당당한 안중근의 진술은 그가 살았던 시대의 어둠 때문에 더욱 빛나고 감동적이다. 한 인간의 출생과 성장, 그가 살아간 불행한 시대, 사상의 형성과정과 역사적 행위에 대한 기록을 적과의 대화라는 방식의 법정기록으로 읽는 것은 새로운 독서 경험일 것이다. 최근 ‘전쟁대비법’으로 불리는 유사법제 관련 3개 법안에 이어 이라크 파병법안을 통과시킨 일본의 상황을 생각하며 오늘 이 책을 읽는 느낌은 좀더 절실하다. 역사는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되지는 않지만, 역사의 가르침을 잊어버린 자에게는 더없이 가혹한 형태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김광식/책세상 주간〉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지음/정영목 옮김/청미래(2002)

사랑에 대해서라면 누구나 한 마디씩은 거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가사의한 것은 사랑은 늘 시행착오를 겪는다는 것이다. 자전적 경험이 녹아있을 소설은 사랑의 전과정, 특히 사랑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며 사랑이 무엇인가를 철학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한다.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선행하기 때문에 대상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로 사랑이 시작된다거나, 사랑이란 결국 추하고 멍청한 자신보다 더 아름답고 똑똑한 사람과 함께 지내고 싶어하는 갈망에 지나지 않는다는 식의 사랑에 대한 정의가 가득하다. 물론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20대 건축가인 주인공, ‘나’는 죽음을 생각할 만큼 극심한 실연의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지나간 사랑을 잊을 즈음 다시 사랑에 빠질 것을 예감하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사랑뿐 아니라 사랑에 대한 정의도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한미화/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실장〉

-릴케의 눈에 비친 로댕의 예술혼-

◇릴케의 로댕

라이너 마리아 릴케/안상원 옮김/미술문화(1998)

나와는 다른 한 인간을 안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엿보는 행위와 같다. 모든 세계란 한 번씩의 각각의 생애를 통해서만 온전히 이 세상에 보여지거나 해석되거나 남겨진다. 대개는 자기 자신의 생애마저도 들여다보지 못한다. 이 세상 모든 생애는 제대로만 표현된다면 위대하지 않을 생애가 없으리라는 것이 내 지론이다. 물론 남겨지는 잔상들의 크기야 각각이겠지만 그렇다고 그 크기가 곧 그것을 남긴 삶의 가치와 행복이나 소위 위대성의 바로미터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그 남겨진 생애의 그림자 때문에 가슴을 떨어야 하는 인간들이 있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생이 그것. 릴케의 로댕론은 비단 로댕의 인생뿐 아니라 릴케 자신의 내면의 깊이까지도 섬세하게, 아니 정확하게 전달시키는 독특한 전기다. 한마디로 떨리는 궁합을 보여주는 책이라 하겠다. 눈앞을 보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생애의 종착, 육체의 종착이 아닌 전 영혼의 종착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야말로 예술적 직관을 낳는 원천이었음을 보여주는 근대 조각의 아버지의 생애, 그리고 거기에 한 위대한 시인이 깊이 동의하고 있는 이 풍경이 다시 우리들의 생애를 비춰준다. 나는 지금 어딜 바라보고 있느냐!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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