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세계의 해프닝들

2003.09.01 08:34

뭐든지 배달해준다는 배달맨들의 세계. 특히 이들 중 하루 평균 1백20만박스를 배달한다는 택배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웃지 못할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사실 택배가 뭐든 배달하는 건 아니다. 동식물·현금·유가증권 등은 원칙적으로 배달되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개나 이구아나 등 애완동물을 배달해달라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씩 걸려온다. 사람을 ‘배달’해달라는 요청도 있다. CJ GLS 이동수 대리는 “집이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멀다고 택배차량이 집앞까지 와서 자신을 서울까지 태워달라고 부탁하는 시골할머니도 있었다”고 말했다.

배달세계의 해프닝들

내용물을 제대로 밝히지 않거나 속여서 배달을 의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조그만 충격에도 터지기 쉬운 홍시를 단감이라고 속이는 것은 ‘애교’에 속한다. 현금이나 상품권이 들어있을 때도 많다는 게 택배회사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한 순진한 고객은 박스 위에다 빨간색으로 ‘상품권 1백만원. 취급주의’라고 큼지막하게 써서 보낸 적도 있다.

오토바이나 침대 같은 대형 물품을 택배로 보내달라는 주문도 들어온다. 택배가 차량사정상 일정 크기나 중량 이하만 취급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대학에 다니는 딸 아이에게 보낼 거라며 커다란 김칫독을 택배로 보내려고 사정을 하는 ‘모정’(母情) 앞에서 이런 원칙을 잠시 접은 경우도 있다.

피치 못할 사정상 배달이 조금만 늦어지면 ‘일’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홈쇼핑에서 남편 몰래 주문한 보석을 남편이 집에 있는 저녁 늦게 배달하는 바람에 부부싸움의 원인을 제공한 적도 있다. 국내 모 연구실에서 택배를 통해 개량형 젖소의 정액을 보낸 일도 있는데 수해 때문에 3일 정도 배송이 늦어지면서 임신을 고대하던 암소를 실망시킨 일도 있다.

택배는 보통 박스형태로 물건을 보내기 때문에 내용물이 뭔지는 알기 힘들다. 이 때문에 각 지역별로 보낼 물건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자동분류기에 박스를 올려놓는 순간, 잠시 정신을 잃었던 새끼돼지가 놀라 박스를 뚫고 뛰쳐나와 때 아닌 ‘돼지잡기’ 소동을 벌인 적도 있다.

〈김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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