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갤러리]땀으로 세운 바벨탑

2003.09.01 16:52

[5분 갤러리]땀으로 세운 바벨탑

여기 ‘바벨탑 1446’은 작가가 서울시내 ‘활자골목’을 뒤지고 다니며 수거한 폐납활자들을 집적해 설치한 대작이다. 바벨탑은 한 민족이었던 인간이 각기 다른 언어를 쓰게 된 동기가 되었다는 인간 욕망의 상징. 숫자 1446은 훈민정음이 반포된 해이다. 기울어진 원기둥에는 세계의 속담·격언과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문자들을 활자로 형상화했다. 뒤편에는 로제타석의 문자 영상이 비춰진다. 작가는 우리 얼과 삶을 추슬러 가다듬고, 수명이 다한 폐활자에 생명을 불어넣으려 한다.

지난달 말까지 서울 모란갤러리에서 열린 ‘활자들의 노래’라는 노주환 개인전에 나온 작품이다. 시와 문자들을 책으로 재구성한 ‘책들’, 서울시 지형을 활자로 구성·배열한 ‘한강의 지혜 1377’ 같은 작품들이 함께 나왔었다. 전시 규모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설치에 3일, 철수에도 3일이 각각 걸렸단다. “올해 가장 돋보이는 전시회 중 하나”(평론가 이경성)라는 평이 무색하지 않다. ‘한강…’은 오는 24일 개막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진경’전에도 나온다.

〈이용 전문위원 ly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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