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과 인술]공상만화같은 현실

2003.12.01 15:48

김과장은 약간의 현기증과 복통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어제 마신 술이 좀 지나쳤기 때문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의술과 인술]공상만화같은 현실

캡슐내시경은 식도를 통해 위장, 소장, 대장을 거쳐 항문으로 배출될 때까지 구석구석 내장의 모습을 초소형 카메라로 찍어 몸밖의 기록장치로 전송한다. 8시간 후 잠에서 깬 김과장은 벨트를 풀고 기록장치를 컴퓨터에 연결했다.

총 5만장의 사진이 영상화되어 한편의 영화처럼 만들어진 자료를 서울에 있는 주치의인 소화기 전문의사 김박사에게 보냈다. 인터넷으로 전송한 지 2시간 후에 영상을 면밀히 검토한 김박사로부터 응답이 도착했다.

“김과장, 소장 혈관종인 것 같군. 크기가 커서 출혈 위험이 있으니 응급수술을 받아야겠네.”

김과장은 서둘러 일본의 한 대학병원을 방문, 원격조종되는 로봇 수술대에 올랐다. 복강내시경으로 진행되는 이 수술은 모두 로봇 팔에 의해 진행되며 서울의 외과의사인 이박사가 모니터를 보면서 로봇 팔을 원격조종한다.

수술시간은 단 30분, 상처도 얼마 남지 않고 수술 후 부작용도 적어 1~2시간 후면 퇴원,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수술 후 김과장은 건강한 모습으로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위 이야기는 공상과학소설의 한 부분이 아니다. 멀지않아 우리 주변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들이다. 캡슐내시경은 이미 2001년부터 우리나라에도 도입, 주로 소장질환의 진단에 이용되고 있다. 현재 일부 선진국에서 연구중인 로봇 원격수술(Robotic Telesurgery) 시스템은 9·11테러가 있던 2001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의 담낭염 환자를 바다 건너 멀리 떨어진 미국 뉴욕의 외과의사가 수술, 세계 최초로 성공하며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금은 뇌수술까지 가능할 정도로 발전했다.

끊임없는 과학의 발전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의료환경. 앞으로 우리 진료실 모습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첨단화·기계화되는 의료 환경이 삭막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아무리 첨단 과학의 도움으로 의료기술이 발전해도 환자 진료는 의사의 몫이다. 예나 지금이나, 미래에도 역시 ‘醫術은 仁術’이기 때문이다.

〈조용균/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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