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마지막 늑대’ 고순경역 황정민

2004.04.01 15:46

길은 가봐야 안다. 배우 황정민(33)은 영화 ‘마지막 늑대’에서 세상살이에 암초없는 길은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마지막 늑대’는 판이한 두 경찰의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 황정민은 도시에서 범죄 소탕에 앞장서는 형사를 꿈꾸는 시골 순경으로 나왔다.

[영화]‘마지막 늑대’ 고순경역 황정민

황정민은 ‘감각형’과 ‘분석형’ 배우 가운데 후자에 속한다. 이 유형 중에는 작품·캐릭터 분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새 아이디어를 내놓는 등 스스로를 못살게 구는 완벽주의자가 많다. 일례로 황정민은 고순경의 상상속 액션 장면에서 그가 ‘택견’을 하는 것으로 제안, 따로 무술감독의 지도를 받는 등 사서 고생을 했다.

고순경은 강원도 농촌 토박이. 황정민은 이를 위해 사투리 교사의 지도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선을 두 차례 방문, 현지인들의 대화를 경청하면서 녹음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사의 억양을 ‘미·미·솔·시~’ 등 음으로 표시했다. 장면에 따라 바뀌는 기분과 그 감정의 고저 등도 기입하느라 대본이 새까맣게 변해 세 번이나 바꿔서 사용했다.

황정민은 코미디 영화가 처음이다. 그런 데에다 슬랩스틱 코미디가 아니어서 난감할 때가 많았다. 자칫하면 오버를 하고, 누그러뜨리다 보면 밋밋해 보여 적정 선을 맞추느라 애를 먹었다.

날씨가 고르지 않아 더욱 힘들었다. 촬영 초반에 태풍 ‘매미’가 닥치는 바람에 제작진은 세트는 물론 숙소에서 현장에 이르는 길도 새로 만들어야 했다. 그런 뒤 강행된 촬영은 주변의 보수공사 소리 때문에 중단되기 일쑤였다.

이밖에 교통사고도 당했다. 마주보고 오던 오토바이와 레커차가 급정거하는 밤 장면 촬영 때 양측의 호흡이 맞지 않아 충돌, 공중으로 튀어올랐다가 길바닥으로 떨어졌던 것이다. 또 최형사(양동근)가 기르는 것으로 설정된 멧돼지에게 받혀 허벅지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배우의 연기는 극중 인물에 다가가거나 그 인물을 자기에게 끌어오는 것으로 구분된다. 황정민은 “어떤 인물이냐에 따라 다르다”면서 경험담을 털어놨다. ‘와이키키…’의 강수는 끌어왔고, ‘마지막…’의 고순경에겐 다가갔다. 황정민은 “이제까지 ‘바람난…’의 영작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마치 그림자처럼 영작은 다가가면 멀어지고 또 다가가도 멀어졌다”고 회상했다. “연기도 상품인데 불량품을 보일 수 없다”면서 “진정성이 가장 중요한 만큼 아무리 힘들어도 진짜로,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작품은 오는 5월14일부터 공연되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연극·뮤지컬로 연기력을 쌓은 그는 “마흔이 되기 전에 꼭 ‘햄릿’을 해보고 싶다”고 피력했다. “VIP 초청 시사회 때 고마움의 표시로 동료들에게 만년필로 축하카드를 써서 준다”는 대목에선 그의 착한 심성이 느껴졌다. 그에게 만년필 CF가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글 배장수 전문위원〉

〈사진 정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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