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흐름

日극단 ‘시키’의 독특한 운영 방식

2004.09.01 15:57

‘보는 천국, 하는 지옥.’

한국뮤지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극단 ‘시키’의 모토다. 혹독한 훈련으로 관객에게 관극(觀劇)의 즐거움을 준다는 뜻. 지난달 26~30일 일본 후쿠오카·교토·오사카·도쿄 등지의 시키 전용극장에서 창작뮤지컬 ‘인간이 되고 싶었던 고양이’ ‘온디누’와 브로드웨이 수입뮤지컬 ‘미녀와 야수’ ‘아이다’ ‘맘마 미아’ 등을 관람하면서 그들의 모토가 구호(口號)가 아닌 실제임을 느꼈다.

한국의 대작 수입뮤지컬은 1년에 한 작품 정도씩 대대적인 오디션을 통해 뽑은 ‘국가대표 배우’들로 공연된다면 시키는 9개 극장에서의 연중 공연을 자체 ‘클럽팀’으로 운영하면서도 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것이다.

[바람과 흐름]日극단 ‘시키’의 독특한 운영 방식

약 600명의 배우는 연간 2,800여회의 공연에 나선다. 1급 배우들은 연간 300회 이상씩 출연한다. 배우들간의 불뿜는 경쟁은 불문가지. “무대에서 실수를 하는 순간 쫓겨난다”는 말까지 나온다. 모든 단원은 매년 오디션을 통해 계약을 갱신한다. 연습에 사생결단일 수밖에 없다. 음주·흡연도 거의 없다. 임신·출산은 곧 경쟁력 약화 요인이라는 이유로 여배우들은 대부분 미혼이다.

20년 경력의 여배우 노무라는 “입단 이후 사생활이 없지만 후회는 전혀 없다”고 했다. ‘극단 시키가 마치 종교집단 같다’는 거북한 말에 대해서도 “‘무대의 신’이 있다면 시키 배우는 그 신에게 모든 걸 바치는 존재라는 점에서 시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가는 운명공동체”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들 배우는 시키 지분의 90%를 소유하고 있다. 배우들은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 생활이 가능한 전업배우들인데 주주 자격이 있는 10년차 이상의 배우들은 연말이면 배당금까지 듬뿍 받아 억대 연봉자들이 즐비하다.

아사리 대표는 “배우를 소중히 여기는 게 연극집단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시키의 성공요인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게 ‘시스템’이다. 오랜 성공의 역사에서 추출한 배우·스태프 관리 시스템은 차라리 비인간적이라고 여겨질 만큼 정확하다. 관객 서비스도 철저하다. 극장 스태프들은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직원들인데 하루 최소 30분씩 예절교육을 받는다. 또 모든 극장에는 ‘친자(親子=母子)관극실’을 두어 아기를 데리고 입장할 수도 있다. 티켓 예매에서 입금까지 24시간 자동처리되는 시스템도 구비했다.

〈도쿄/김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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