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임재범 솔로 데뷔후 첫 콘서트

2004.11.01 15:47

‘15년을 기다려온 사자의 포효.’

[대중문화]임재범 솔로 데뷔후 첫 콘서트

이날 공연에서 하얀 실크 셔츠를 입은 임재범은 예정보다 20분 늦은 6시20분쯤 무대에 나타났다. 어깨를 덮는 장발과 덥수룩한 수염은 기인다운 풍모와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2집 수록곡 ‘비상’으로 공연이 시작됐다. 공연장을 채운 6,000여명의 관객은 임재범의 목소리에 대한 갈증을 달래려는 듯, 가수의 손짓 하나에 환호했다.

임재범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8번째 곡 ‘새장을 열다’가 끝나고 건넨 “감사합니다”가 첫 마디였다.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마음과 사연은 말 대신 노래로 전하겠다는 태도였다. 2∼3곡 노래하고 10분을 잡담으로 소비하는 어떤 ‘중견가수’의 공연과는 크게 다른 분위기였다.

영화 ‘동감’에 삽입돼 인기를 끈 ‘너를 위해’를 끝으로 잠시 무대 뒤로 들어간 임재범은 옛 헤비메탈 밴드 시절을 연상시키는 옷차림으로 재등장했다. 민소매 셔츠에 붉은 가죽바지, 양어깨의 문신이 눈에 띄었다. 임재범은 “많이 조용하시네요. 80년대로 돌아가 보자구요”라며 관객의 호응을 유도했다. ‘Rock in Korea’ ‘크게 라디오를 켜고’ 등 ‘아시아나’와 ‘시나위’ 시절 히트곡은 공연장을 순식간에 달궈놓았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고해’를 부를 때였다. “이제 더 이상 오랜 기다림은 없을 겁니다. 제 노래를 믿고 기다려준 분들께 이 노래를 바칩니다”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가톨릭 사제복으로 갈아입은 임재범이 등장했다. ‘용서해주세요. 벌 주신다면 저 받을게요’라고 절규한 임재범은 감정에 북받친 듯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40대에 접어든 가수에게 20대의 폭발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터. 임재범은 ‘사랑보다 깊은 상처’ 등의 발라드 곡을 부를 때 고음 부분에서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록넘버를 소화할 때는 요란한 악기 소리에 묻혀 큰 실수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다음 공연 때는 게스트 초청 등의 묘미를 발휘해 공연 중 잠시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일 듯했다. 베이시스트 송홍섭이 이끄는 밴드의 세션은 임재범의 목소리를 적절히 받쳐줬다.

새 앨범 수록곡 ‘안(安)’을 끝으로 22곡의 꽉찬 레퍼토리가 소진됐다. 그는 “이제 자주 만나뵙도록 약속할게요”라는 말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수많은 후배 남자가수들이 입을 모아 가장 존경한다고 말하는 임재범. 그 이유를 증명한 공연이었다.

〈백승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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