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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품종 개량사업 왜 그들은 실패했나

2005.07.01 17:50

▲ 천재공장/ 데이비드 플로츠|북@북스

[책마을]인간품종 개량사업 왜 그들은 실패했나

‘천재 공장’은 헉슬리의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멋진 신세계’는 그야말로 소설이지만, 천재 공장은 불과 20여년전 실제 있었던 일이다.

1980년 합성 안경렌즈 발명으로 억만장자가 된 미국의 로버트 그레이엄은 정자은행인 ‘후손 선택을 위한 저장고’를 설립한다. 일반 정자은행과의 차이점은 노벨상 수상자의 정자만을 받고, 전체 인류의 상위 2% 안에 드는 높은 지능지수(IQ)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멘사(MENSA)의 여성회원들에게만 정자를 제공한다는 것. 이 천재 공장은 천재들만을 만들어 내 인류를 개조,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목표다. 실제 ‘노벨상 정자은행’이라 불린 이 정자은행은 1999년 폐업할 때까지 모두 217명을 탄생시켰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인간품종 실험’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 노벨상 정자은행이 낳은 ‘천재’들을 찾아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본다. 4년여의 추적끝에 만난 아이들은 217명 중 30명. 그리고 그 정자를 받은 어머니, 정자 제공자들의 이야기를 책에 담는다.

자신을 키운 아버지와 자위행위를 통해 정액을 제공한 ‘진짜 아버지’ 사이에서 정체성을 놓고 갈등하는 아이들, 다양한 이유로 정자은행을 이용한 어머니들의 심리, 단순히 돈을 벌거나 인류개조에 뜻을 같이해 정자를 내놓은 아버지들. 그들의 생각과 삶을 둘러싼 이야기는 그 어떤 소설보다 흥미를 끈다.

여기에다 저자는 우생학의 역사, 과학발전에 따른 각종 사회상 등을 곁들인다. 실제 인간개조 역사는 고대 스파르타에까지 이른다. 스파르타 남편들은 건강한 아기를 생산하기 위해 멋진 청년이 자기 아내를 임신시킬 수 있도록 허용했다. 20세기 초에는 미국, 영국에서 우생학이 활발하게 연구된다. 백인 기독교인이 다른 어떤 사람보다 유전자적으로 우월하다는 바탕위에 이뤄진 연구는 흑인, 이민자 등에 대한 테러를 당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책마을]인간품종 개량사업 왜 그들은 실패했나

저자는 책을 통해 노벨상 수상자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는 한 명도 없다고 폭로한다. 여성들이 대부분 나이가 쉰이 넘고, 대머리에다, 키가 작은 천재들의 정자는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결국 이 정자은행은 문을 닫아야 했다. 이경식 옮김. 1만2천원

〈도재기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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