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읽는 세상]이미지의 힘

2005.11.01 18:08

외국에 나갈 때, 그곳 공항에서부터 볼 수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태극 마크가 아닌 국내 대기업들의 로고이다. 이미 1970~80년대부터 그랬고, 지금은 더 많이 더 다양한 장소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동안 값싼 제품을 만들던 그 기업들은 이제 초일류 제품을 만드는 선두주자가 되었다. 이제는 소니보다 유명하고, 혼다만큼 유명해졌다. 로고는 70년쯤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로고 타입의 줄임말인데, 회사나 상품의 상표도안으로 선적(線的)인 사인들로 형성된 상징이다.

-유명 로고는 천문학적 가치-

상표는 글자를 주로 하지만 형상(이미지)을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픽이라는 단어는 글자체를 의미하지만, 글자를 그리기도 했고, 형상을 쓰기도 했기 때문에 글자와 이미지를 모두 지칭한다. 역으로 글자와 이미지 모두가 무엇인가를 표상하는 상징이 될 수 있다. 상징이라는 단어는 로고라는 단어 이전에 사용되었다.

예컨대 국기는 국가의 상징이다. 차이점은 상징은 글자보다는 이미지이다. 여하튼 70년대 이후 로고가 상징이라는 단어를 대신하게 되었을 때, 국내 프로야구 경기에서 볼 수 있는 로고는 각 팀의 이니셜 글자들과 단순화된 이미지들의 합성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유명한 로고는 그 모양새가 아름답거나 세련되어서 유명한 것이 아니다. 로고는 그 회사의 상품과 함께 성장했고 신상품의 개발 같은 회사의 도약에 따라 가치가 증대되어 왔다. 단순한 글자나 이미지에 불과한 로고가 천문학적인 가치를 갖는 것은 그것이 제품의 품질과 소유가치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70~80년대 백인 우월주의가 지배적인 세계에서 동양인의 체면을 유지하게 했던 것은 일본 대기업들의 상표였다. 그 상표는 일본의 국가 이미지가 되고 국가의 위상이 되었다. 그래서 좀 행색이 괜찮아 보이는 동양인들에게 서양인들은 ‘일본인’이냐고 반색을 하며 묻곤 했다. 최근에는 ‘한국인’이냐고 묻는 외국인들도 많아졌다. 이런 변화는 올림픽과 월드컵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외국인들은 그 커다란 국제적 행사들에 대한 기억보다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동차나 전자제품에 붙은 상표를 우선 연상하며, 알게 모르게 그 품질에 맞는 대우를 한다는 편이 맞겠다.

어느 기업의 이미지는 그것이 질적이건 도덕적이건 그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을 보장하는 로고와 다르지 않다. 또한 대기업들은 신제품과 기술에 대한 투자 이외에도 학술과 문화와 복지사업에 거금을 내놓는다. 기업가의 최종 목표는 부가 아니라 명예이기 때문이고, 자본은 더 높은 가치로 상승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 모두는 기업 이미지를 높이려는 것이다. 제품 이외에서 높아진 인지도와 사회환원으로 인한 공익성은 로고의 가치를 높인다. 그리고 이 로고 이미지는 다시 소비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 국내적으로건 세계적으로건 마찬가지다. 이처럼 로고 이미지는 두 가지 방법으로 고양될 수 있다. 반면에 어느 기업 제품의 질이 떨어지지 않아도, 그 기업과 로고의 품격이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업 이미지 제품품질 보장-

한국을 대표하는 로고들이 지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 힘들다. IMF 체제하에서 사회 전반적인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투자환경이 나빠진데다, 중국의 약진처럼 외부 환경도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선진국에는 막대한 기술 사용료를 지불하면서도, 그렇게 확보하기 힘든 기술력과 로고를 통째로 중국에 넘겨주기도 했다. 세계경영을 목표로 했던 어느 대기업은 여러 개로 나뉘었고, 병합되기도 했고, 어떤 기업은 후계자들에 의해 나뉘기도 했고, 또 어느 기업은 편법 상속의 문제로 소송 중이기도 하다.

좋은 품질의 제품도 분식회계, 정치자금 등의 부도덕과 맞물리면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는다. 한 번 망가진 이미지를 원래의 위치로 되돌리는 일은 처음 만들기보다 더 어려운 법이다. 한국의 힘을 상징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 로고들을 재정비하고 더 늘려야 할 때이다.

〈오병욱/동국대 교수·서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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