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21세기.고전읽기

지구의 저편도 진화한다

2006.09.01 15:31

▲코스모스…칼 세이건|사이언스북스

[책@21세기.고전읽기]지구의 저편도 진화한다

과학을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들이 있다. 생명과학 분야의 리처드 도킨스(‘이기적 유전자’ 등의 저자), 물리의 호킹(‘시간의 역사’), 그린(‘우주의 구조’), 와인버그(‘최초의 3분’) 그리고 칼 세이건 등이 그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 분야의 연구에서도 뛰어난 연구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알아야 면장도 한다’는 우리 속담이 시사하듯이 역시 잘 아는 사람이라야만 좋은 대중서적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세이건은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 금성의 표면온도가 섭씨 500도임을 밝혀낸 것을 비롯, 태양계 행성 연구의 대가이기도 하다. 그가 주도한 연구 가운데 또 유명한 것은 외계생물학이며, 이는 ‘SETI’(외계인의 존재를 찾는) 프로젝트를 발족시킨 원동력이기도 하다.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텔레비전 연속 방송을 통해 6억의 인구가 시청했으며 이 책 역시 이와 보완적으로 진화하면서 과학서적으로서는 전무후무한 베스트셀러가 됐다.

책의 목록을 보면 ‘코스모스’라는 우주경관 전체를 딱딱하지 않고 친밀감이 나는 말들로 엮어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그 옛날 에라토스테네스(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살았던 학자)가 지구의 둘레를 그림자로부터 측정한 것으로 시작해 우리 인간들은 우리의 땅 지구가 막막한 우주 속에서 어떤 모습인가를 꾸준히 추적해 왔다.

세이건은 이 책 속에서 그의 전문 분야이기도 한 지구 밖의 생명체에 대한 깊은 고찰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제2장 ‘우주생명의 푸가’에서는 지구상에서의 생명체의 진화뿐 아니라 다른 위성에서도 생명체가 우리들 지구상에서처럼 복제, 진화했을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딱딱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비운의 일본 ‘사무라이’ 귀족인 ‘헤이케’의 사무라이들이 게로 변신해 아직도 바닷가 해변을 기어다닌다는 일본 어부들의 전설을 곁들이고 있다. 이러한 부드러운 흐름은 이 책 전체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관측된 우주 은하계들과 눈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별자리들을 전설을 곁들이면서 설명해 나가는 것은 ‘세이건’다운 문장력과 어울려서 독특한 맛을 자아낸다.

제4장 ‘천국과 지옥’ 그리고 제5장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에서도 그의 유연한 필체와 표현이 이어진다. 미국 외교관 출신 천문학자 로웰의 이야기가 이를 웅변해주고 있다(기록에 의하면 ‘조선’이란 나라에서 외교관을 지냈다고도 한다).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가 화성 표면에서 운하같은 띠를 보았다고 발표했다. 스키아파렐리가 눈이 어두워 관측이 어려워지자 로웰은 ‘운하’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천문대를 만들어 평생을 화성 관측에 바쳤다. 그의 ‘운하’는 실제가 아님이 밝혀졌지만 지금도 여러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신화처럼 살아있다.

칼 세이건

칼 세이건

책은 또 별의 탄생과 죽음을 서술하면서 별들이 죽을 때 우리들 생명체의 구성 요소인 탄소와 산소 그리고 수소를 우주공간에 뿌리면서 죽어간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구성 요성인 탄소 등은 별들로부터 상속받았으며 그런 뜻에서 우리 모두가 별의 자식인 셈이다. 저자는 또 코페르니쿠스와 케플러 등이 우리 행성의 구체적인 조화를 알려줌으로써 우리의 종교관과 철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설득하고 있다. 사실 케플러는 행성들의 회전주기를 기조로 한 ‘천구의 음악(Music of heavenly sphere)’을 작곡하기도 했다. 그 음악을 들어보면 각 행성들이 내는 독특한 소리와 화음이 인상적이다.

제8장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에서는 우주여행에 대한 과학적 교양을 우리들에게 일러준다. 상대성 이론의 평이한 설명을 토대로 어떻게 하여 몇 만광년 떨어진 두 천체 사이를 여행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도 한다. 제10장 ‘영원의 벼랑 끝’에서 우주의 모습을 허블과 그의 조수 휴메이슨의 업적을 토대로 그려내고 있다. 얼마전 러시아의 수학자 펄러만이 풀었다는 ‘푸앵카레의 예측’처럼 이 우주는 공처럼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펄러만은 수학의 노벨상인 필드메달을 받는 것을 거부한 괴짜 수학자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세이건은 ‘미래로 띄운 편지’ ‘은하대백과사전’ 및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줄까?’로 마무리 짓고 있다. 아레시보 천문대에서 우주공간에 띄운 메시지와 ‘보이저’호에 실려간 우리 지구를 소개하는 음반은 널리 알려진 그의 노력의 일부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코스모스’를 평한다면 지식인이면 모두가 한번은 꼭 정독해야 하고 그 외의 모든 국민도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나의 편견이 아니라 세계 최대의 인터넷서점인 아마존에 떠있는 독자들의 독후감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별 다섯 개의 최고점을 주면서 “과학과 예술 그리고 종교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누구나 느끼게 해주는 그런 책이다”라고 평하고 있다. 끝으로 이 책을 번역한 서울대 홍성수 교수는 이 분야의 전문가이며, 전문가답게 유연하면서도 정확한 번역을 했다.

〈김제완|과학문화진흥회 회장·서울대 명예교수〉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