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시각의 한국관 팽배 우리만의 가치관 창조를”

2006.12.01 16:54

“우리는 아직도 ‘고요한 아침의 나라’처럼 유럽인이 만들어낸 ‘한국관’을 그대로 반복·재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스스로를 타자화하는 거예요. 그 같은 표현에는 유럽인의 지배욕과 이국성(異國性)에 대한 욕망이 반영돼 있어요.”

[이사람]“유럽시각의 한국관 팽배 우리만의 가치관 창조를”

이지은 인천대 교수(54·독문학)는 20여년 전부터 품어왔던 문제의식을 최근 책으로 엮어냈다. ‘왜곡된 한국 외로운 한국’(책세상)은 우리나라가 서구에 알려지기 시작한 17세기 중반부터 일제에 강제병합된 1910년까지 약 300년 동안 유럽인들이 한국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를 통시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독일 유학 시절 우리나라가 잘못 알려지거나 평가절하된 것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유럽인이 왜 한국을 그렇게 바라보는지, 그 같은 인식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만들어졌는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습니다.”

2004년과 2005년 두 차례 독일을 찾은 이교수는 베를린 국립도서관과 니더작센 주립도서관, 괴팅겐 대학도서관에서 한국 관련 자료를 뒤졌다. 이렇게 조사한 1,400종의 자료 가운데 17세기부터 1910년까지의 자료는 450종. 이를 다시 책의 주제와 내용을 고려해 약 200종으로 추려냈다.

책에는 예수회 선교사 마르티노 마르티니의 ‘새 중국 전도’(1655), ‘하멜 표류기’(1688), 오페르트의 ‘금단의 나라:한국으로의 여행’(1880) 등 다양한 종류의 글과 그림, 사진 등이 나온다. 이 같은 텍스트들을 통해 그속에 노골적으로 혹은 은연중에 드러나 있는 유럽 중심적인 담론의 실체를 파헤쳤다. 이교수는 “‘한국관’을 이루는 대표적인 구성 요소가 ‘황금의 나라’ ‘식인 악어가 사는 야만의 나라’ ‘미개한 사람’ 등이었다”면서 “상상되고 만들어지고 조작된 이 같은 이미지들이 ‘한국성’을 이루는 본질이 되어버렸다”고 설명했다.

이교수는 나아가 “이처럼 본질로 둔갑한 조작된 지식이 권력으로서의 담론을 구성하고, 이 담론은 국가제도, 군사력 등과 어우러져 더욱 강력한 권력을 형성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1910년 강제병합은 담론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미 17세기 중반부터 ‘기획’되었다는 것이다.

“17세기 중반부터 ‘한국관’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나중에는 하나의 사실로,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선입견이 됐습니다. 그속에서 조선은 1910년 망국의 길을 갈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도 그 같은 ‘한국관’을 ‘내재화’하면서 자기비하적인 태도나 패배적인 역사 의식을 갖게 됐다는 것. “다른 사람이 ‘이게 네 그림이야’라고 그려준 그림을 자기가 그린 것인 양 받아들였다”는 지적이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황인종보다 백인종을 선호하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

이교수는 이 같은 내재화는 우리가 타자를 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우리는 피부색이나 출신국의 빈부 정도에 따라 외국인을 차별적으로 대한다”고 꼬집었다. 이교수는 “담론의 피해자인 우리가 그걸 내재화해서 다른 사람을 피해자로 만드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의 긍정적인 요소를 보편적 가치로 끌어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김진우·사진 박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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