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설만이 사람을 끄는건 아니죠”

2006.12.05 17:33

“약초 캐는 것이 전부였던 고향으로 돌아오자마자 머루 농사를 지으니까 ‘엉뚱한 짓을 한다’며 모두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지요.”

광점농장 대표 김종현씨는 “어느 누구도 도시인들이 오지 산골을 찾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김씨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989년 귀향했다. 축산이란 개념이 없던 마을에서 닭과 염소를 키우고 머루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경험부족 탓으로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도회지에서 사귄 사람들이 김씨를 찾아오면서 머루를 구매하고 염소고기 맛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를 보고 한두가구씩 김씨의 뜻에 동참하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99년 팜스테이라는 개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김씨를 주축으로 광아리 마을도 농촌체험에 적극 나서게 됐다. ‘산골에 뭐 볼 게 있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많았다. 그러나 마을을 찾는 도시 사람들의 반응에서 하나둘씩 해결책이 나왔다.

김씨는 “사람들과 함께 약초를 캐면서 식물에 대해 아는 것을 설명해 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교육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며 “관광지와 같이 훌륭한 시설을 갖추는 것만이 사람을 모으는 방법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실제 광아리 마을은 마을 자체가 하나의 생태공원이다. 도시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각종 약초와 버섯류, 산나물이 지천에 깔려있다.

식사도 주민들이 평소 먹는 대로 산나물 위주로 정갈하게 내놓았다. 기름기 많은 음식에 젖어 있는 관광객들이지만 모두들 싫은 기색없이 산골 별미에 푹 빠져들었다.

별자리 관측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프로그램이다.

김씨는 “산 이외에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 마을이다보니 생각 끝에 별관측 프로그램을 만들었지요”라며 “육안으로 하늘의 별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아마 우리 마을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마을 주민들은 현재 마을 1만5천평 부지에 야생화 단지를 꾸미고 있다. 전국적으로 야생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리산의 다양한 야생화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광아리 마을에서는 약초, 산나물과 함께 야생화로 명성을 떨치게 될지 모른다.

〈권기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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