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유산-아리송한…불확실성의 美

2007.01.01 18:12

한국 매스컴학의 대가인 최정호 교수는 극히 세련된 유럽통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분이 한국 전통문화의 알짬들을, 그것도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더욱이 세계화시대의 날카로운 요구에 대응하여 심오하면서도 간결하게 해석, 소개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유산’이 그 책이다.

[책읽기 365] 한국의 문화유산-아리송한…불확실성의 美

경제에 있어서의 산업화, 정치에 있어서의 민주화 이후, 문화에 있어서의 선진화를 생각하는 분들에게 유익한, 이른바 ‘한류’에는 안성맞춤인 책이 될 것이다.

포스트 한류의 과제이기도 한 콘텐츠와 미학의 문제가 15세기 세종대와 18세기 영·정조대, 그리고 이어서 21세기 한국 르네상스의 내용과 방향으로 뚜렷이 부각돼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문화철학의 핵심개념을 ‘생명성’으로 파악한 점 또한 예사롭지 않다. 19세기 생명예술의 시작인 ‘아르·누보’이후 현대유럽의 녹색예술이 그 깊은 아키타입을 제시하지 못함에 비추어 한국의 예술문화가 세계차원에서 오히려 그 계승자로 등장할 가능성에 대한 암시가 그것이다.

서구예술에 결여돼있는 역동적 혼돈성으로서의 한국적 생명의 멋에 대한 지적은 참으로 웅숭깊다. 일본 나라의 법륭사에 있는 ‘백제관음’을 ‘아리송한 불확실성(표渺)의 아름다움’ 또는 ‘꿈결같은 분위기’로 규정하거나 백제금동화로를 ‘혼돈적인 것’으로, 그리고 고구려 고분벽화에 관통하는 미학을 ‘약동하는 청춘의 혼란한 아름다움’으로 인식하는 과정은 야나기 무네요시와 고유섭 이후 한국미의 숨은 중심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저자의 고향이기도 한 전북의 ‘판소리’ 이야기는 그 기이한 민중적 예술성이 전편을 압도하면서 일본이나 중국과는 비교도 되지않는 새로운 아시아적 콘텐츠를 한류의 앞날에 크게 열어놓고 있다.

〈김지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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