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빠 닥터 푸르니에’

2007.05.01 18:44

가정의 달이라 그런가. 아버지와 아이에 대한 영화가 여러편 걸렸다. 진지한 표현이든, 우스꽝스러운 표현이든 그 결과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매우 개인적이고 내밀한 경험에 가 닿을 것이다. 장 루이 푸르니에의 ‘나의 아빠 닥터 푸르니에’(웅진닷컴)를 통해 내가 내 아버지를 떠올렸듯이.

[책읽기 365] ‘나의 아빠 닥터 푸르니에’

아버지로 살아가는 건 만만치가 않아 보인다. 책임감과 이성적 태도가 끊임없이 요구되고 실수가 용납되지 않으니 말이다. 더구나 그가 의사라면 애초부터 털끝만한 실수조차 없을 것 같은 선입견마저 준다.

똑똑하고, 어떤 위급상황에도 냉철하고, 가정경제를 부유하게 하는 사람이 바로 내가 가진 의사 이미지다. 그런데 푸르니에의 아버지는 사뭇 다르다. 의사이면서 환자였던 그를 통해 나는 목까지 채워야 했던 단추를 하나 푼 듯한 심정이 됐다.

알코올 중독자인 데다 가정에 무책임하고, 밑창 벌어진 구두밖에 없는 사람이 의사라니. 환자를 앞에 두고 낮잠에 빠지고, 가족과 휴가를 같이 보낸 적도 없는 사람이라면 의사는 고사하고 아빠로서도 영 빵점짜리다.

그런데도 닥터 푸르니에를 비난할 수가 없다. 그의 이야기는 우습지만 묘하게 가슴 짠하고 잊혀지지 않는다. 인정 받는 의사였으나 뜻대로 안되는 생활 면면에서 아이처럼 실수하는 모습이 인간적이다. 엉뚱한 결과를 낳는 그의 애정 표현이나 삶의 태도가 폭소와 연민을 자아낸다. 그의 삶은 비극을 비극 이상의 유머로 드러낼 줄 아는 아들을 키웠고, 의사도 아버지도 어른도 틈이 많다는 걸 때때로 인정해야 한다는 감상을 남겼다. 그리고 내 아버지를 그리워하게 한다.

〈황선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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