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 ‘여수 한두레’

2007.07.05 09:41

-담백한 보양 ‘갯장어 샤브샤브’-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무더위에 지친 탓에 성격도 예민해질뿐더러 입맛 또한 덩달아 까다로워지게 마련이다. 무엇을 먹을까 생각하는 것도 귀찮지만, 막상 양념이 강하거나 많은 음식을 먹노라면 이상하게 더 더워지는 것 같다. 여름에 보양식이 인기를 끄는 것은 원기를 보충해 주는 목적도 있겠지만,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의 음식이 ‘한여름의 까다로움’을 누그러뜨릴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샐러리맨의 만찬]세종로 ‘여수 한두레’

여름 보양식으로 장어를 빼놓을 수 없다. 보통 숯불로 굽는다. 소금 혹은 양념 구이로 많이 먹는다. 특유의 기름진 맛이 지친 몸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에 인기가 좋다. 그런데 가끔 소금과 양념의 맛 때문에 더위에 지친 입맛이 개운해지기는커녕 그 무거운 맛에 더 지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일본어로 ‘하모’라고 부르는 갯장어 샤브샤브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씹을수록 단맛이 나고 독특한 향이 마음을 사로잡을 뿐만 아니라 단백함으로 이를 능가할 식거리는 없다. 하모는 여름이 제철일뿐더러 다른 장어류보다 훨씬 단백질이 많다고 하니 이 여름에 더없이 훌륭한 먹거리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뒷골목에 위치한 ‘여수 한두레’. 먹자골목을 찾아 들어가면 큼직한 간판 앞에 깔끔하게 청소해 놓은 투명한 수족관이 보인다. 이 안에 갯장어들이 떼를 짓고 있는 것을 보면 언제나 흐뭇해진다. 직접 여수에서 물건을 공수받아 최상의 질을 고집하는 곳이지만 메뉴가 다양하지는 않다. 보통 점심시간에는 갈치·서대 조림과 구이를 하고, 그 외에는 여름엔 갯장어, 가을엔 전어, 겨울엔 새조개 정도만을 주로 취급한다.

다양한 반찬이 우선 시각적으로 풍족한 느낌을 준다. 그 중에서도 이집 갓김치의 시원하고 칼칼한 맛은 최고다. 본격적인 만찬을 즐기기 직전 훌륭한 애피타이저로써 손색이 없다. 육수가 어느 정도 끓으면 정성스레 칼집을 내어 나온 하얀 갯장어를 살짝 데친 뒤 맛을 봐야한다. 칼집 사이사이에 배어있는 육수는 촉촉함을 더하고 턱에 살짝 힘을 주었을 때 느껴지는 그 촘촘한 육질도 일품이다. 갯장어 특유의 향 역시 갯장어 샤브샤브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에 야채도 함께 육수에 넣어 숨을 죽인 뒤 쌈장을 곁들여 먹으면 그 시원함과 단백함을 한껏 증폭시킬 수 있다.

솔직히 많지는 않은 양이라 고기가 떨어지면 서운할 법도 한데, 2000원만 추가하면 남은 육수로 죽을 끓여주기 때문에 그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만하다. 부드럽게 넘어가던 소주의 행진을 계속하려면, 여느 집보다 훨씬 신선도 높은 맛을 자랑하는 조기 매운탕이나 구이, 혹은 낙지볶음 정도 하나 시키면 적절할 듯싶다. 하모 회: 5만원, 하모 샤브샤브: 6만원, 낙지볶음: 3만원, 멍게회덮밥: 1만원 / 전화: (02)737-4343

〈박제성|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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