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의 선택, 죽거나 혹은 성전환

2008.03.19 14:54

이란의 동성애 탄압 실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참석 길에 뉴욕의 컬럼비아대학에서 강연을 했다. 그를 초청한 리 볼린저 컬럼비아대 총장은 이란 정부가 저지른 각종 ‘만행’을 열거하며 면전에서 쏘아붙였다. 동성애자 처형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외교적인 결례였지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대답은 더 걸작이었다.

“이란에는 동성애자가 없어요. 우리는 미국과 달라요.” 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곧바로 야유가 쏟아졌다. 한 학생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자료에 근거해 2007년 한 해 동안 동성애자를 포함해 200명 이상이 처형되지 않았느냐고 캐물었다. 아마디네자드는 또 한번 되받아쳤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네 나라에는 사형 제도가 없나요.” 학생들은 “이란에서 동성애자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없는 것인지, 발견되는 즉시 사형돼서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냉소했다.

이란 인권단체 활동가들에 따르면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4000명 이상의 동성애자가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7월에는 이란 후제스탄에서 두 소년이 공개 처형되는 사진이 언론을 통해 세계에 알려졌다. 국제 사회의 비난이 빗발쳤음은 물론이다. 마무드 아스가리와 아야즈 마르호니라는 이름의 두 소년이 처형되는 장면이 공개되자 LGBT 등 동성애 권익 단체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이날을 동성애 처형에 저항하는 ‘인터내셔널 데이’로 명명하며 이란 정부를 규탄했다. 이란 정부에서는 소년 강간을 이유로 이들을 공개 처형했다고 했지만 국제 사회에서는 변명일 뿐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인류 역사상 동성애자들에게 가혹한 처벌을 내린 것은 비단 이슬람권만은 아니다. 성경에 나오는 퇴폐 도시 소돔(Sodom) 역시 동성애 등 ‘성적 문란’으로 하느님의 노여움을 산 것으로 돼 있다. ‘남색(男色·sodomy)’이란 용어는 바로 이 소돔에서 비롯된 것이다. 16세기 영국에서도 동성애자를 사형에 처하는 법률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란에서 동성애는 사형감이지만 성전환은 허용된다. 동성애자로 사느니 아예 성전환을 하라는 것이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79년 이란 지도자 호메이니가 ‘성전환’에 대한 파트(와 종교적 판결)를 의결한 뒤부터 ‘트랜스젠더’가 합법화됐다. 오늘날 이란은 태국 다음 가는 성전환 수술국이다. 정부는 성전환 수술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수술 후에는 ‘호적’도 바꿔준다.

BBC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알리 아스카르(27)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아스카르는 “이란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성전환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나는 길거리에서 뛰노는 소년·소녀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내 삶의 목표는 단지 정체성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여성으로 몸을 바꾸고 이름도 네가르로 바꿨지만, 가족들은 자신을 수치스러워하며 죽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성전환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 성직자 호야톨 카리미니아는 “우리는 ‘성도착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치료를 제공한다. 만일 성별을 바꾸고 싶다면 이슬람은 그 길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외과의사인 미르 잘랄리 박사는 지난 12년간 성전환 수술을 450회 이상 시술했다. 그는 “정신과 치료, 약물, 감옥, 처벌, 그 어떤 것도 그들(성전환 희망자들)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수술만이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의사가 성도착 진단을 내리고 수술을 하면 그 ‘성도착자’는 공공장소에서 이성의 복장을 입는 것이 공식적으로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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